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던 일본차 브랜드 앞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급격하게 경색된 한일관계로 인해 불똥을 맞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21.5%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5.2%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6.2%p 상승했다. 특히 수입차시장 전반의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한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실적은 10.3% 성장세를 보였다.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혼다다. 지난해 상반기 2,92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바 있는 혼다는 올 상반기 94% 증가한 5,684대의 판매실적을 남겼다. 판매실적이 2배나 증가한 셈이다. 렉서스도 상반기에만 8,37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일본차 브랜드의 성장세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덕분에 토요타, 닛산, 인피니티 등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일본차 브랜드 전체적으로는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내리면서, 한일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들도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대구에서 벌어진 ‘렉서스 김치테러’ 사건으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주차장에 세워둔 렉서스 차량에 누군가 김치 등 오물을 뿌려놓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최근 한일관계와 맞물려 ‘김치테러’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취객의 단순 실수로 확인됐지만, 일본차 브랜드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일본차 브랜드 차량이 크고 작은 ‘테러’를 당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테러’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일본차 브랜드 차량을 소유한 이들이 세간의 눈치를 보거나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차 브랜드 중 상반기 판매실적 1위를 기록한 렉서스의 고민은 보다 깊다. 대학생 단체인 겨레하나는 지난 3일부터 렉서스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겨레하나는 렉서스 매장 외에도 일본대사관, 유니클로 등에서도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데, 일본차 브랜드를 대표하는 타깃으로 렉서스를 지목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맞대응 카드로 일본차 수입 제한이 제기되면서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까진 실제 일본차 수입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엔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 사태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구매를 중단 또는 취소하는 일이 다소 늘었고, 구매문의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감소했다”며 “아직까지는 실제 판매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특히 수입차는 구매 고객의 대외적인 위상을 상징하는 소비재로서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때문에 각종 이슈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민감한 시장이며, 다른 대안이 적지 않은 만큼 불매운동 같은 악재에 타격을 입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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