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움직이고 있으나 특별한 변화는 없다. 몰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피해자를 조롱해도 그에 대한 처벌 수위는 매우 약한 탓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지난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소라넷 운영자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남편과 함께 ‘소라의 가이드(소라넷)’를 함께 시작·운영했고 △소라넷 변경 당시 개발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소라넷에 대해 “대한민국 음란사이트의 후신 격”이라고 전했다. △타 음란 사이트와 차원을 달리할 만큼 전문적이고 △고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따른 재판부 선고는 4년형이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약 17년간 음란사이트를 운영해 무수한 피해자를 만든 죗값은 겨우 4년에 그쳤다. 운영 기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피해자는 그들로 인해 영구적인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원심에서 결정된 A씨에 대한 추징금 14억1,000만원은 파기됐다. 내역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 수익금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추징금은 범죄행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 그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며 쌓은 불법 수익조차도 제대로 몰수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그 누구도 수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미 디지털 성범죄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수익이 나는 순간 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영상을 유포하는 자, 영상이 올라오는 웹하드를 운영하는 자, 온라인에 게재된 피해자의 영상을 지우는 자 등 디지털 성범죄에 관련된 모두가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특성상 한번 유포된 몰카는 영구 삭제가 불가능하다. 언제든 다양한 통로로 재유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피해자는 평생을 그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를 버티지 못하는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발생한 ’티모시 고잉’ 사건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페어필드 고등학교 크로스컨트리팀 코치였던 티모시 고잉은 지난 2015년 탈의실에서 학생들의 몰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일리노이주 지방법원은 고잉에 240개월형을 선고, 15년간 가석방 심사도 금지했다. 티모시 고잉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16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을 ‘몰카제국’으로 만든 A씨, 교도소에서 4년만 버티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가해자의 범죄로 남은 인생이 송두리째 변해버린 피해자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천금 같은 기회다.

솜방망이 처벌이 두려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자가 있을까. 그게 무서웠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몰카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문제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몰카 범죄자’로 살아가기 딱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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