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0일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당 내부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황교안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현 지도부의 당 운영 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계파 문제와 말실수 논란을 겪으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홍 전 대표의 발언이 당내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닌, 청년들의 질의에 홍 전 대표가 답하는 ‘즉문즉답’ 형식으로 꾸려졌다.

홍 전 대표가 강연 도중 유일하게 “그것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한 질문은 황교안 대표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한 참석자는 “황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데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홍 전 대표는 “그것을 잘못 답변했다가는 문제가 커진다. 황 대표가 잘 한다, 못 한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면서도 “황 대표는 정치 초년생이고 나는 (정치를) 24년을 한 사람이다. 갑론을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은근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직접적으로 황 대표를 겨냥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황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보수대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당내에서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애국당의 표는 애국당 후보가 출마를 안 하면 우리(한국당)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권할 표”라며 “통합 여부하고는 상관이 없다. 애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다시 뭘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애국당 외에) 모든 제정당을 끌어안아야 된다. 모든 중도보수 세력까지 끌어안아야 된다. 지금처럼 친박 1중대, 친박 2중대를 갖고는 내년 선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세력을 끌어안아야 ‘반좌파 연대’가 돼서 나라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내 보수세력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언급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 “당 지도부, 윤석열 청문회 전략 잘못 짰다”

홍 전 대표는 얼마 전 있었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당이 전략을 잘못 짰다고 일갈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따지지 않고 윤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으로만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 수십 명이 패스트트랙 사태 때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돼있는 상황에서 “윤 후보자가 임명되면 우리는 바로 ‘을’이 된다”는 게 홍 전 대표의 생각이다.

홍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 사태) 이전에 ‘회의를 방해하면 나중에 문제가 커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쳐놓은 덫이다’라는 이야기를 아는 국회의원들에게 했었다. 근데 그 덫에 걸려서 고발된 사람이 59명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잘못 걸리면 선거법, 정치자금법하고 똑같이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법”이라며 “국회의원이 소환을 거부한다고 (검찰이) 기소를 못하는 게 아니다. 동영상, 참고인 조사로 확보할 수 있다. 윤 후보자가 임명되고 윤대진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오면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 당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말려들지 말았어야 옳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자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물었어야 하는 것은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어야 한다. 그렇게 했다면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 되더라도 국회에서 문제됐던 것을 함부로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엉뚱한 것을 자꾸 질문해서 초점을 흐리는 바람에 사태가 더 악화됐다”고 했다. 이어 “참 걱정스럽다. 한국 보수야당에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와의 대립구도가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밝혔다. 홍 전 대표는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밖에 나와 있는 평당원 입장에서 자칫하면 당원들이 내가 황 대표를 견제한다고 나를 오해할 수도 있다. (황 대표를) 경쟁자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친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언을 구하고 있는 황 대표에 대해서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한다고 하면서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게 보수대통합인가”라며 “내년에도 탄핵 프레임으로 또 선거를 치르게 되겠다. 국민들 뇌리 속에서는 국정농단, 탄핵 프레임이 아직도 남아있다. 친박 1중대, 2중대를 가지고 선거가 되겠느냐.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싫어도 똑같은 이유로 친박을 다 싫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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