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 출신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관련된 질문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아 뒷말을 샀다. /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 출신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관련된 질문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아 뒷말을 샀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난항에 빠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가 심하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관련 거짓말 논란을 불러온데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사퇴 압박에서 윤석열 후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민주평화당이다. 특히 박지원 의원이 호위무사로 불릴 만큼 “윤석열 후보자가 꼭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윤석열 후보자가 박지원 의원에게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관련 수사 외압을 폭로한 일 때문이다.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후보자는 검찰 지휘부에 항명했다는 의혹으로 국감장에 출석해 박지원 의원으로부터 “수사 방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를 근거로 박지원 의원은 “정의롭다”고 평가했다.

◇ 우병우·황교안 관련 질문에 난감한 표정

하지만 윤석열 후보자도 박지원 의원의 추궁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청문회에 앞서 박지원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가 발목을 잡았다. 윤석열 후보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검사 우병우는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검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자 네 차례에 걸쳐 같은 취지의 질문을 했다. 윤석열 후보자도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윤석열 후보자는 생각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검사”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의 평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뉴시스
윤석열 후보자가 생각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검사”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의 평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뉴시스

급기야 박지원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이 검사 시절과 달리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민정비서관이나 민정수석은 아니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자는 “글쎄”라며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황교안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우병우 이야기에는 확 작아진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후보자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공직자도 경우에 따라 위법을 저지를 수 있다”면서 “한 분의 삶 전체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한 답변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과 함께 폭로한 떡값 검사에 황교안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 1999년 서울지청 북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뒤 삼성의 관리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윤석열 후보자가 해당 의혹을 수사한 검사 중 한 명이었던 만큼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서를 열람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조성과 검찰의 감찰 관련 진술서 2개를 들고 왔다”면서 “(김용철 변호사의 뜻대로) 삼성 비자금을 먼저 조사하고, 감찰 관련 진술서는 도로 가져가는 바람에 내용을 제대로 보거나 검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한 사람이 진술 내용을 제3자에게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윤석열 후보자는 황교안 대표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어떤 근거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구체적으로 답변해 달라”는 질문에 “이미 국감에서 모두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후보자가 검찰 출신 인사들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유독 난감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이 “자기 식구를 감싸는데 1등으로 잘하겠다”고 꼬집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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