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돌아온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작가로 돌아온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배우를 시작으로 감독, 작가, 화가 등 다재다능함을 발산하고 있는 구혜선. 그가 이번엔 ‘작가’로 돌아왔다. 새 소설 ‘눈물은 하트모양’을 통해서다.

‘눈물은 하트모양’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 들어가 버리는 남자 ‘상식’의 사랑을 가볍고도 발랄할 문체로 풀어낸 경장편 소설이다.

첫 소설 ‘탱고’(2009‘를 시작으로 ’구혜선의 첫번째 요술이야기‘(2010),  ’복숭아나무‘(2012) 등의 책을 발매하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워온 구혜선. ’눈물은 하트모양‘은 그녀가 7년 만에 내놓은 소설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눈물은 하트모양’은 어디까지나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 담긴)에피소드에는 내 연애담이 중간중간 녹아있다.

-‘눈물은 하트모양’ 작가의 말 中-”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구혜선의 20대 연애 경험담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배우로서 사적인 연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는 게 어려운 결심이었을 터. 하지만 최근 만난 구혜선은 “사랑에 목숨 걸었었다”며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1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 북카페에서 구혜선을 <시사위크>가 만나고 왔다.

구혜선의 신작 '눈물은 하트모양'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구혜선의 신작 '눈물은 하트모양'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7년 만에 소설을 출간하게 된 소감이 어떠한가.
“우선 출간을 해주신 출판사분들에게 대단히 감사드린다. 책이 나올 때마다 되게 감격스러운 것 같다. 너무 설레고 (독자들을) 다시 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 ‘눈물은 하트모양’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눈물은 하트모양’은 20대 때 영화 작업을 하기 위해 시나리오로 써둔 작품이다.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우연히 시나리오를 다시 보게 됐다. 다시는 제가 쓸 수 없는 글이었다. ‘어차피 결혼도 했고, 과거 이야기이지 않나. 다들 연애하는 데 뭐 어때’하는 마음으로 책을 내게 됐다.

결혼을 했는데 연애 소설을 낸 게 어떻게 보면 남편(안재현)이 허락을 해준 거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남편이 있기에 더 가능했던 것 같다.”

-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낸 책으로 알고 있다. 20대 구혜선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20대 때 구혜선은) 사랑에 목숨 걸었고, 연애,사랑에 거침없었다. 사랑에 솔직했다. 하지만 헤어지고 이별하면서 점점 상처를 받게 되고, 그럴수록 자꾸 마음이 닫혔던 것 같다. 이에 방어적으로 변모하게 된 게 ‘소주’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연애를 하면 티가 많이 났다. 또 티를 많이 내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과거 만났던) 남자들이 숨기는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런 게 좀 상처였던 것 같다. 지금은 (숨겼던 게) 다행이다 싶지만, 그때는 중요했던 것 같다.”

- ‘눈물은 하트모양’ 작가의 말 부분에 자신의 미친 연애 경험담을 담았다고 밝혔다. 어떤 미친 연애를 해보셨나.
“20대 때는 남자친구 집에 막 찾아가고, 기다리고, 문 두드리고 했었다.(웃음) 그게 가능한 나이대가 있지 않나. 사랑에 너무 행복했고, 사랑에 너무 아프고 그랬다. 에너지가 넘치고 엔돌핀 넘치는 미친 연애를 했다.”

- ‘눈물은 하트모양’이 품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
“상식이가 소주가 되어가는 과정이 주제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지 않게 풀어내고 싶었다. 어떤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존재가 들어오기까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것들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자아가 뚜렷한 것 같지만 자아가 없는 사람과 그를 지켜보는 사람을 통해 ‘연애와 사랑이 과연 뭘까’ ‘결혼이 연애의 완성일까’ 하는 고민들에서 나온 저만의 사랑에 대한 탐구이기도하다.”

20대 연애 경험담을 솔직하게 말하는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연애 경험담을 솔직하게 말하는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여주인공 ‘소주’가 본인인가.
“(제 모습이)소주에게 많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소주이기도 하고 상식이기도 하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다 저다. 아무래도 20대 때 미친 연애 했을 때 모습이 소주에게 많이 담겨있긴 하다.”

- 에너지 넘치는 사랑으로 지친 적은 없었나.
“30살이 다 돼서는 약간 연애에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지칠 때로 지쳐서 다시는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헤어짐에 지치고 이별에 지쳐 내가 너무 망가지는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너무 학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애를 쉬고 괜찮아질 때쯤 젊은 남자가 나를 쳐다보더라.(웃음) ‘이건 뭐지’ 싶었다. 약 4년 전을 돌이켜보면 그 감정을 차단하고 싶어서 피해 다녔던 것 같다.”

- 안재현 씨와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제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는 저를 아주 잠깐 사랑했던 것 같다. 요즘에 나만 사랑하는 것 같다. 요즘에 내가 너무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웃음) 사랑꾼 이미지 나한테 다시 줘야할 것 같다. 연애 때는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요즘엔 제가 계속 먼저 ‘여보 어디야?’ ‘통화돼?’하고 전화한다.”

- ‘작가’ 구혜선은 어디서 책을 집필하나. 또 시나리오에서 책으로 재집필하는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
“저는 따로 작업실이 없고 집에서 작업한다. 몇 번 (작업실을) 구해서 작업을 해보려 시도해봤으나 집 밖을 잘 안 나가더라.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정도 밤새서 작업을 했다.”

- ‘눈물은 하트모양’이 원래 제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제목이 바뀐 이유가 있나.
“저는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출판사분들의 투표로 이뤄졌다. 원래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딴) ‘소주의 상식’이라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술 ‘소주의 상식’이라는 걸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20대 청춘 독자들을 겨냥한 말랑말랑한 제목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하셔서 그게 낫겠다고 했다.”

- 청춘들을 겨냥한 로맨스 작품이면 웹소설로 냈어도 나쁘지 않았을 터. 종이로 된 책을 낸 이유가 있나.
“사실 어떤 루트로던 책을 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작은 책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있다는 출판사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종이로 된 책을 내게 됐다.

만약 책 만드는 게 거절됐다면 열 페이지씩 인스타그램에 직접 적어서 연재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웃음) 앞서 한 페이지를 적어 인스타그램에 올려봤었다. 오타, 맞춤법 교정 댓글들이 이~만큼 달려서 안되겠구나 싶었다.”

7년 만에 신작 소설을 발매한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7년 만에 신작 소설을 발매한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글을 쓴다는 것은 구혜선에게 어떤 의미인가.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아팠던 시간들을 다시 가지고 오는 것이지 않나. 아팠던 시간들에는 글을 쓰지 못한다. 그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금 감정을 가지고 와서 글을 쓴다. (아팠던 감정들에 대한) 애도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렇게 책이 나옴으로써 이 사람들을(전 연인들을) 이제야 보내주는 거다.”

- 작가, 감독 등 창작하는 활동 위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혹시 상상력이 넘치시는 편인가.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 20대 때는 병 걸린 사람처럼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이제는 조금 힘들다.

워낙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꿈이 실현되지 않을 때 좌절하지 않나. 그래서 어느 순간 ‘꿈을 꾸지 말야겠다. 그게 내 꿈이다’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에도 ‘내가 꿈을 꾸지 않는 게 꿈이야’하는 말을 한다. 꿈을 꾸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지 않나. 상처를 많이 받았을 땐 사람을 잘 안 만났다. 대인기피가 생겼었다. 어느 순간 보니 나만 그러고 있더라. 아무도 내 실패를 기억하지 않더라.”

배우로 다시 활동하고 싶다고 밝히는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로 다시 활동하고 싶다고 밝히는 구혜선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7년 방영된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이후 작품행보가 없는 상황이다. 배우로서 다시 활동할 생각은 없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엔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대중한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연기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좀 든다. 할 수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사랑 이야기 하고 싶다.”

- 작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스스로가 좀 가벼워져서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러한 가벼움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약 5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구혜선은 시종일관 유쾌함과 솔직함을 잃지 않았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구혜선은 자신의 연애 경험담에 거침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경험담을 녹인 로맨스 작품을 내놨다. 신작 ‘눈물은 하트모양’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자, 기대감이 모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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