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10:15 (화)
문재인 대통령, 일본 무역제재 '전화위복'으로 삼을까
문재인 대통령, 일본 무역제재 '전화위복'으로 삼을까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9.07.11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무역규제에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WTO 제소와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의 미국 파견 등 외교적·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기업인들과 접점을 넓혀 경제적 대안도 고민하고 있다. 협상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남겨둔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보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던 입장과 크게 달라진 셈이다.

시작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일본 측을 힐난했다.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말도 남겼다.

나아가 10일에는 30대 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을 청와대로 소집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민관협력 체계 구축 ▲수입선 다변화 ▲핵심부품과 소재 국산화 등을 제안했고 세제·금융 지원 등 모든 자원의 총동원도 약속했다. 기업인들은 ▲독일·러시아 등과의 협력 확대 ▲장기적 R&D 투자 ▲환경규제 완화 등의 의견을 내놨다.

◇ 외부의 적으로 내부결속 강화

일본발 무역규제로 위기상황임은 분명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먼저 이번 일을 계기로 대기업과 소통채널을 갖추게 됐다는 게 이점으로 꼽힌다. 청와대에 따르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30대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통해 사안에 따라 상시적으로 소통하게 된다. 평시라면 청와대나 대기업 모두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 이를 가능케 했다.

추경안 처리 동력을 다시 확보한 것도 호재다. 당초 추경안은 경기 하방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산불예방의 목적에서 추진됐다. 문제는 처리 시한이 늦어지면서 기대했던 효과와 처리동력도 지금은 다소 감소한 상태라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발 무역제재 대응차원의 예산이 추경에 포함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서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야권의 대여공세를 무디게 만드는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외부의 적이 내부결속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역사적 진리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국내정치 안정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당장 일본의 무역제재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극우진영을 결집시키기 위한 아베 총리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초당적 협력’ 외에는 거의 없었다.

나아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위기대응을 위해 대통령과 5당 대표의 회동을 제안했다. 앞서 ‘3당 대표회동 후 단독회동’ 제안을 뿌리쳤던 황 대표는 이번에도 “국내 정치용 이벤트”라며 거절했는데, 국가 비상상황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외부로부터의 중대한 경제 위협 앞에서 각을 세우는 일이 그리 중요한 것이냐”며 “대권놀음에만 집착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