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 뉴시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췄다. 11일 진행된 당 공식회의석상에서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날까지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압박했던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윤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검찰 수장과 각을 세웠다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행된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석열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이 전무했다. 황교안 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청와대의 대응과 정부 경제 실정에 대해 비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일본의 경제보복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관련 현안 발언을 했다.

전날(10일)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윤 후보자는 소위 ‘소윤’(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과 둘이서 정말 소인배다운 의리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조폭영화에서 조폭들이 조폭적 의리를 과시하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청문회 직후 나 원내대표가 “청문보고서 채택은커녕 청문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속인 부분에 대해 후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당초 윤 후보자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뇌물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정황이 있다며 변호사법 위반으로 윤 후보자를 고발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변호사법 위반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어서 고발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윤대진 중앙지검장 되면 우리는 ‘을’”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절반이 넘는 소속 의원들이 고발된 상황을 고려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공격 수위를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후 국회에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당내에서도 국회선진화법 수사를 고려해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략을 짰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준표 전 대표는 “본질적으로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윤 후보자에게 족쇄를 채웠어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된 국회의원들이 살아남는 것”이라며 “그건 한마디도 안하고 엉뚱한 짓을 해서 잔뜩 약을 올려놨으니까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우리는 바로 을이 돼버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한국당에서는 윤대진 검찰국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윤 국장은 유력한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자로 거론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윤대진 중앙지검장’의 검찰 구도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당 등 야권에서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윤-소윤 구도가 현실화되면 검찰수사와 관련해 정치적인 ‘딜’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대립구도가 뚜렷해져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의 변호사 소개 논란의 핵심인 윤우진 전 서장 사건을 국정조사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광덕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적 의혹이 크고 수사의 기본 상식상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여야가 이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국민적 의혹도 해소하고 여야 공방을 종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일단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정조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추후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우진 국정조사’ 논의가 시작되면 청와대에서 ‘윤대진 서울중앙지검장’ 카드를 내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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