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25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조선중앙통신.
김일성 사망 25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조선중앙통신.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개정했다고 밝힌 북한 헌법이 공개됐다. 핵심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영도자”라고 규정한 헌법 100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 강화로 해석된다. 헌법상 “최고영도자”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가 됐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에서 ‘전반적’을 삭제함으로써 제한적일 수 있는 군 통솔권을 무한대로 확장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미 실질적으로 김 위원장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위상 강화 측면으로 보면 큰 의미는 없다는 평가다.

보다 주목해야할 대목은 김 위원장이 사실상의 ‘주석제’를 출범시켰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국무위원장은 최고영도자이긴 했지만,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이었다. 남북정상회담부터 중국, 미국, 베트남, 러시아 등 국가정상 간 외교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개정으로 행정부의 수반이라 할 수 있는 ‘국가 대표’ 자격을 얻음으로서 김 위원장은 대내는 물론이고 대외적인 외교활동에 적법성을 확보했다.

전재우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국방일보> 기고에서 “북한 사회가 더 이상 과거의 비현실적 신비화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체계적인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현재 인민의 인식 수준에 맞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외교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국가수반인 주석제의 부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국정운영의 무게추가 당에서 국가로 넘어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프롤레탈리아 독재를 이상적으로 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당이 모든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한다. 일당독재 상황에서는 당의 판단이 곧 국가의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의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당의 군대’다.

공산권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간 외교보다 당 대 당 외교를 더욱 중시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 당시 북한의 환영 문구에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시진핑’ 보다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우선시 한 것이 사례 중 하나다. 김 위원장 역시 국방위원장 이전에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의 ‘영원한 총비서’다. 국가수반이 아님에도 북한을 통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외관계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제도적 한계도 뚜렷하다.

조정훈 아주통일연구소장은 앞서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최고지도자였지만 김일성 영생론 때문에 수령이나 주석은 될 수 없었다. 북한을 움직이는 당, 군, 행정부 가운데 힘의 중심을 군대로 했다”며 “김정은은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넘버원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버지를 넘어 할아버지 반열에 올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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