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가 팀의 레전드인 프랭크 램파드를 감독으로 선임했다./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가 팀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 감독과 3년 계약을 맺고, 다가오는 시즌 준비에 나섰다. 첼시는 램파드 감독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탈환을 노린다.

램파드 감독은 흔히 말하는 ‘원클럽맨’은 아니지만, 첼시에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3년간 선수로 뛰며 수많은 영광을 함께했던 그야말로 ‘레전드’ 선수다. 램파드는 첼시 소속으로 총 638경기를 뛰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4회, FA 커뮤니티실드 우승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1회 등 수많은 금자탑을 쌓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첼시의 램파드 감독 선임은 구단의 철학을 잘 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첼시는 지난 시즌 리그 3위와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란 성과를 남긴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을 한 시즌 만에 갈아치웠다.

특히 램파드 감독은 첼시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디디에 드로그바, 클로드 마켈렐레를 코치로 선임했다. 여기에 또 다른 첼시의 레전드 선수인 애슐리 콜의 코치 선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첼시의 ‘결단’을 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팀의 레전드 출신이 감독을 맡을 경우 팀의 ‘DNA’를 잘 안다는 점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선과 선수 시절의 화려한 커리어가 반드시 감독의 역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시선이다.

실제 유럽에서는 팀의 레전드 출신이 감독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적은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을 호령했던 레전드 지네딘 지단이 있다. 지단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동한 레전드다. 그는 은퇴 후 2010년 레알 마드리드 고문을 시작으로 단장, 유소년팀 감독, 수석코치를 거쳐 2016년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재직하며 라리가 우승 1회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연패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레알 마드리드의 ‘철천지 원수’로 꼽히는 라이벌 바르셀로나 또한 레전드 출신의 감독과 함께 영광을 누렸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르디올라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1년간 바르셀로나에서 선수로 활동한 레전드다. 은퇴 후 그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으며 라리가 우승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0년대를 풍미한 ‘티키타카’는 과르디올라의 상징적인 전술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웃지 못한 레전드 출신 감독도 있다. 프랑스의 AS모나코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약 5년간 선수 생활을 했던 티에리 앙리는 지난해 10월 AS모나코 지휘봉을 잡았지만, 3개월만인 올해 1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프랑스 리그1에서 PSG 등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혔던 AS모나코는 극심한 부진 속에 강등권으로 추락한 상태에서 앙리를 수장으로 급수혈했다. 당시 계약기간은 3년이었다. 하지만 ‘초보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벗지 못한 것일까. 앙리는 강등권으로 추락한 팀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3개월 만에 쫓겨나듯 경질된다. AS모나코는 올 시즌을 17위로 마무리하며 간신히 2부리그 강등을 면했다.

램파드는 첼시에서 수많은 영광을 함께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램파드는 친정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코치 인선에서부터 첼시의 철학을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을 불러들였다. 첼시의 팬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사랑했던 선수가 감독으로 돌아와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의 철학을 아는 것과 감독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램파드가 경기장에서 자신을 향해 환호하던 팬들의 함성을 벤치에서도 다시금 받을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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