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체질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만, 이에 대한 시각차는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체질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만, 이에 대한 시각차는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반도체 업계에 체질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결정 이후 ‘생태계 선순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가 소재 및 부품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움직이는 IT업계… 국산 소재 테스트 나서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애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에 대한 무역 제한 결정을 내려서다.

이후 일본 의존도를 줄이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 역시 긴급대책회의 등을 진행, 대응 움직임을 시작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부 생산라인에 국산 불화수소를 적용,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산 소재를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다만, 당장은 전체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국산 불화수소의 품질이 이들 기업의 까다로운 테스트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만큼 검증 완료까지는 최대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후 기업 판단에 따라 국산 불화수소의 활용,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우리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변화,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 의문 제기된 ‘국산화’… 성공 가능성은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및 부품 국산화 필요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급돼 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불산 사고 이후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돼 국산화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등으로 불산공장 설립 허가 조건이 까다로워진 바 있다. 

또한, 일본 소재로 회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국산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소재 국산화가 완료된다고 해도 일본 정부의 규제가 완화될 경우 다시 일본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대체 생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시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최대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전문가들은 소재, 부품 산업의 국산화까지 20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현재 소재는 50%, 장비는 20% 수준의 국산화가 진행된 상태”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산화 자체를 정확히 몇 년이 걸릴 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국산화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다. 국내 상황이 해외 기업의 생산 환경과 다르고 업력에서도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뿐 아니라 외국에서 공급받고 있는 소재의 경우 대부분 그렇다”며 “현재 국내 국산화율이 20~30%에 그치는 만큼 몇 년 안에 모든 소재에 대한 국산화가 마무리될 수는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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