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SJSJ' 등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의류업체 한섬이 해외 시장 확대와 브랜드 라인업 강화 등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섬빌딩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타임', 'SJSJ' 등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의류업체 한섬이 해외 시장 확대와 브랜드 라인업 강화 등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섬빌딩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의류업계가 내수침체와 해외직구, 온라인 업체의 등장 등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 한섬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사드 배치에 대한 한한령 등 중국의 경제 보복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에 재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 ‘한한령도 안 무섭다’… 재수 끝 중국 땅 밟는 SJSJ

한섬이 의류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현대백화점 그룹에 편입 된 뒤 1조 매출의 벽을 넘은 한섬은 안정화 된 국내 시장을 발판삼아 어느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섬이 프랑스 다음으로 해외 전진기지로 삼은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에서 가장 국제화되면서도 현대화 된 도시 상하이에서 현지 여성복 시장 공략을 추진한다. 17일 중국 백련그룹과 ‘SJSJ’에 대한 ‘중국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한섬은 상하이 푸동지구 백화점에 SJSJ 중국 1호점을 오픈한다. 프랑스에서는 편집숍(톰그레이하운드) 형태로 진출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 브랜드 매장을 해외에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섬의 중국 현지 파트너인 백련그룹은 대륙을 대표하는 유통전문그룹이다. 중국 전역에서 백화점, 쇼핑몰, 편의점 등 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섬이 아직 중국 시장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서 현지 진출을 추진하게 되는 배경엔 백련그룹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중순 삼성물산이 자사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오프라인 매장을 2년여 만에 철수시켰을 정도로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한 편이다.

롯데그룹도 중국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양에서 초대형 복합시설인 롯데타운을 짓겠다는 계획은 시공 인허가가 안 나면서 이미 예정기한(2018년)을 훌쩍 넘겼다. 또 소방법 위반 등 중국 정부에 ‘트집’이 잡힌 마트 사업은 완전히 접어야 했다. 한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현지의 인식이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면서도 “백련그룹이 중국 1위 유통사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헤쳐 모인 SK네트웍스 패션… “경영효율화 기대”

한섬은 중국에서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급화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홀 세일(도매)’과는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백련그룹이 모든 사항을 한섬 측 동의를 받도록 했다. 매장 규모나 인테리어는 물론 사은품 선정 등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한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중국 거대 유통사와 비즈니스를 추진하면서 한섬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지 주요 도시에 매년 10개 안팎의 SJSJ 매장을 신규 오픈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한섬은 ‘시스템’ 등 다른 브랜드의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섬이 지속적으로 대륙의 문을 두드릴 수 있던 건 기본적으로 실적 등 경영상황이 밑바탕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체결한 독점 계약이 1년 만에 무산되면서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한 한섬은 전열을 추스른 뒤 재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한섬의 부채총계는 1분기 기준 21%에 불과하다.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는 무려 8,203%에 이른다. 또한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익잉여금은 8,927억원에 육박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가 된 지 5년 만인 2017년 1조 매출을 넘는 등 실적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섬의 자체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자회사였던 현대지앤에프를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또 한번의 재도약 기회와 마주했다. 이미 현대지앤에프가 100% 종속기업이었던 터라 연결기준상 각종 경영 수치에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섬의 자체 경쟁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타임’, ‘랑방’ 등 직장인에 편중돼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1020세대로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지앤에프는 뉴트로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타미힐피거’ 등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회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섬 관계자는 “현대지앤에프의 합병은 한섬글로벌과 마찬가지로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을 흡수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며 “이를 통해 경영효율성 제고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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