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일각에서는 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나경원(왼쪽)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 뉴시스
한국당 일각에서는 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나경원(왼쪽)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정미경 최고위원의 ‘세월호 한 척’ 발언을 ‘막말’로 규정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정면 대응하기로 했다. ‘막말이 아니다’라는 정 최고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혀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막말로 규정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언급해 반일감정을 자극한 것이 부적절했다며 “배 열두 척으로 이긴 이순신 장군보다 세월호 한 척으로 (대선에서) 이긴 문 대통령이 더 대단하다”는 내용의 네티즌 댓글을 인용해 발언했다. 세월호 사건 유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배려하지 않은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제가 재보선에서 당선돼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을 때 국회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느냐 마느냐로 싸우는 상황이었고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저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정한 자격이 있는 자에 한해서 유가족에게 주자고 했다. 당시 제 입장을 세월호를,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낫지 않나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발언 이후) 일부 언론에서 막말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막말인지 제대로 명시해준 기사는 없었다. ‘세월호’ 단어만 들어가면 막말인가. 도대체 무슨 내용이 막말인가”라며 “한국당이 쓴소리를 하면 뭐든지 막말인가. 족쇄를 채우려고 하고 있느냐. 긴 발언 중 자극적인 표현만 따와서 제가 얘기한 정부여당 비판 부분은 전하지 않고 마치 세월호와 관련해 막말한 것처럼 만들어버린 일부 언론은 언론의 자유 한계를 벗어났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 “한국당만 막말하나”… 일부 억울함 호소

한국당이 막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다. 취재진을 향한 한선교 의원의 ‘걸레질’ 발언,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김현아 원내대변인의 ‘한센병’ 발언,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낫다”고 했던 정용기 정책위의장,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한 차명진 전 의원 등이 비판을 받았다.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당도 공식적으로 부적절했음을 인정했지만, ‘막말 정당’ 프레임에 대한 억울함도 읽혔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막말로 비판을 받을 당시 “지금 한국당에 막말 정당 프레임을 씌우려고 모두 혈안이 돼있다. 민주당은 이중잣대의 논평을 내고 언론은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포털은 이걸 확대 재생산한다”며 “자기들에게 불리한 발언은 일반인에 확산되기 전에 ‘극우가 사용하는 나쁜 용어’라는 프레임을 씌워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다. 저희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면 조심하겠다. 그러나 편파적인 극우의 막말 프레임을 씌우는 건 도를 넘어도 지나치게 넘었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막말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정치인으로서 사과하고 자중해야 한다”면서도 “‘막말’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될 발언들이 ‘막말 프레임’으로 묶여서 비판을 받는 상황도 분명히 있다. 막말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막말은 한국당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정당한 비판이 막말로 규정돼 정작 비판해야 될 부분이 부각되지 않을 때는 참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경욱 대변인의 ‘천렵질’ 논평이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때 한국당 내부에선 “대통령 비판만 하면 막말이라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민 대변인은 당시 문 대통령의 순방에 대해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정치상황을 외면한 채 순방에 나선 것을 비판하기 위해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논다는 뜻인 ‘천렵’에 빗댄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천렵질은) 비속어도 아니고 제1야당의 대변인으로서 마땅히 비판해야 할 부분을 비판한 것인데 민주당이 막말로 몰아붙였다”며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도부가 ‘막말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소속 인사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김용태 의원은 “중요한 건 정치인의 말은 자기 의도가 아니라 국민께서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핵심이다. 그런 차원에서 제가 보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국당을 둘러싼 막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해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김순례 의원을 오는 19일 당 최고위원으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검토를 해본 결과, (김순례 의원의 징계는) 당원권 정지 3개월로 끝나는 것이지, 전당대회로 선출된 최고위원 직위까지 박탈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모든 법조인들의 해석이었고, 저희 해석 또한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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