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엠에스가 혈액백 입찰에서 담합 혐의가 적발돼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사진 오른쪽은 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 상품./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GC녹십자엠에스가 담합 혐의가 적발돼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한적십자가사 발주한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다른 업체랑 가격 담합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녹십자엠에스는 그간 “담합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적발해냈다. 

◇ 공정위 “환자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 가로챈 악성 담합 제재” 

공정위는 담합 혐의로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에 과징금 총 76억9,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녹십자엠에스의 경우, 58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녹십자엠에스 소속 1명은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은 2011년부터 2015년 동안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7대3의 비율로 예정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백은 헌혈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저장하는 용기를 뜻한다.  

이들은 7대3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15개 혈액원을 9대6(2011년 입찰) 또는 10대5(2013년 및 2015년 입찰)로 나눠 응찰했다. 사전에 합의한 대로 태창산업은 30%에 해당하는 수량을, 녹십자엠에스는 70%에 해당하는 수량을 투찰해 각각 해당 물량을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대한적십자사가 2011년 혈액백 입찰 과정에서 희망수량 입찰제를 도입하자 이들이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 행위를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011년에 공고된 혈액백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 방식을 최저가 입찰제(1개 업체 100% 납품)에서 희망수량 입찰제로 변경한 바 있다. 

희망수량 입찰제는 입찰 참가 업체의 생산 능력에 따라 업체가 희망하는 수량과 단가로 계약하는 제도다. 1개 업체의 생산 능력으로는 전체 입찰 공고 수량을 공급할 수 없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생산 능력이 작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로인해 업체 간 단가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들이 담합 행위를 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는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을 적발했다는 엄벌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녹십자엠에스는 녹십자그룹의 계열사다. 이 회사는 진단시약 및 의료기기·혈액백 등을 주로 제조·판매하고 있다. 녹십자 내 진단사업 파트로 시작해 2003년 12월 법인으로 분사했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최대 혈액백 공급 업체로 통했다. 수십년간 적십자사에 혈액백을 공급해오다 녹십자엠에스가 설립된 후, 관련 사업을 이양했다. 녹십자엠에스는 기존 사업 기반을 통해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대한적십자가의 녹십자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이 논란거리로 떠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십자사가 녹십자엠에스가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입찰 조건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신 의원은 “입찰공고 때마다 입찰조건이 자꾸 변동해 결국에는 녹십자엠에스 등 국내기업만 낙찰됐다”며 “최근 10년간 혈액백 계약현황을 보면 녹십자엠에스가 계약 때마다 약 100억원 규모로 낙찰을 받는데, 이 또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 혈액백 시장 독점 업체들의 검은 뒷거래   

업계 국내 혈액백 시장은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이 독점하고 있었다. 업계 일각에선 두 업체를 둘러싼 입찰 물량 및 가격 담합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공정위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관련 의혹에 대해 녹십자 측은 “담합은 전혀 없었다”며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로 업체 간 검은 뒷거래가 드러나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적십사의 밀어주기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발주사로서 관리 책임론은 면치 못할 모양해다.  

아울러 이번 악재는 녹십자엠에스의 기업 신인도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시름하고 있는 녹십자엠에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전망이다. 녹십자엠에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5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이번 담합 소식이 전해진 후, 녹십자엠에스의 주가는 이틀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녹십자엠에스 측은 17일 공시를 통해 과징금 부과 사실을 알린 후 “공정위 의결서 접수 후, 행정소송 제기 여부 등 가능한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 후 대응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녹십자엠에스는 녹십자가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허일섭 녹십자 회장도 이 회사 지분 17.19%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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