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는 18일 혁신위를 향한 일부 당원들의 비하·조롱 사례를 공개하고 손 대표의 사과와 관계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은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권성주 혁신위원. / 뉴시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는 18일 혁신위를 향한 일부 당원들의 비하·조롱 사례를 공개하고 손 대표의 사과와 관계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은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권성주 혁신위원. / 뉴시스

시사위크=최현욱 기자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는 18일 혁신위를 향한 일부 당원들의 비하·조롱 사례를 공개하고 손 대표의 사과와 관계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손 대표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해명에 나섰지만, 혁신위에서 이를 재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혁신위를 둘러싼 당의 내홍이 한 층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언론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혁신위가 손 대표의 측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부 당원들은 파행 중인 혁신위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권성주 혁신위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했으며, 배포자는 손 대표의 수행비서인 이 모 씨였다.

또한 이들 당원들은 권 위원을 ‘개’로 빗댄 현수막을 권 위원의 단식 농성장 옆에 게첩하고 SNS 상에 권 위원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각종 악성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 주변인들에 의한 혁신위 비하와 조롱이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고 있어 혁신위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하는 권 위원을 향해 면전에서 육두문자가 담긴 욕설을 퍼붓거나, 모욕적인 언사로 인격살인을 하는 등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심각한 것은 이 모든 상황들이 모두 손 대표 측근 및 주변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손 대표의 측근들과 보좌진의 불법행위 및 중개가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손 대표 당사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단식 중인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고 갖은 조롱과 비하로 단식의 취지를 음해하는 것은 ‘인격살인’을 넘어 실제살인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며 “손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고, 몰랐다면 해당 당직자들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손학규 측 반박 입장문에 혁신위 재반박

손 대표 측은 이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손 대표 비서실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혁신위가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손 대표 측은 “어느 당이나 극성당원들은 있게 마련인데 그 당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하여 당 대표실에서는 즉각 제지하였고 이들의 본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으킨 당원들이) 손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이니 손 대표의 측근이라고 했지만, 현재 농성 중인 권 위원을 비롯한 모든 혁신위원들도 손 대표가 직접 임명한 분들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은 전날 권 위원을 찾아 일부 극성 당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유감을 전하고 출입통제조치를 하였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 측이 입장문을 발표하자 혁신위는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재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 측의 말도 안되는 변명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을 비판한다”며 “정작 손 대표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 모 수행비서의 불법 전단지 배포 사건에 대해선 왜 해명 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권 위원을 개로 빗댄 현수막을 게첩한 손 대표 측근 당원이 ‘비서실장과 통화했다’고 주장하고 실제 당 대표 비서실을 통해 본청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며 “얼렁뚱땅 얼버무릴 생각하지 말고 정확한 진상조사와 손 대표 측의 명확한 해명을 재차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권 위원이 단식 중이었던 지난 13일 손 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모처에서 모임을 가진 것을 두고 손 대표를 향해 비판을 가했다. 이 대변인은 “손 대표는 권 위원의 무기한 단식 와중에도 포천에 소재한 고급 펜션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곁들인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며 “손 대표 스스로 임명한 혁신 위원이 당헌·당규를 지켜줄 것을 요구하며 지도부를 향해 목숨 바쳐 투쟁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러한 고통은 공감하지 못한 채 지지자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영상을 본 당원들은 큰 분노와 자괴감에 빠져있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가 부디 후배 정치인이 감행하는 단식의 가치를 본인의 단식의 가치와 동등하게 여겨주길 바라며 다시 한 번 바른미래당 혁신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손 대표의 바비큐 파티까지 문제 삼은 것은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원 전원이 권 위원과 단식을 같이 한 것도 아니면서 손 대표의 사적인 모임까지 문제 삼는 것은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통화에서 “단순히 손 대표의 일탈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며 “사활을 걸고 단식을 통해 당의 혁신을 바라고 있는 청년 혁신위원에게는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챙기고 있는 손 대표의 비정한 모습에 매정함을 느낀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손 대표의 바비큐 파티는 본인을 지지하는 당원들과의 모임이었다”며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지지자들과의 모임이 ‘사적인 모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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