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관객 취향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관객 취향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재기 발랄한 재난 탈출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의 이야기다. 신선한 설정에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올여름 극장가에 짜릿하고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각오다. 색다른 재난 영화를 표방하는 ‘엑시트’가 관객 취향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짠내 폭발 청년백수, 전대미문의 진짜 재난을 만나다!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조정석 분)은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에서 피어오르며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여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 지금까지 이런 재난 영화는 없었다 ‘UP’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동안 수많은 재난영화에서 반복돼 온 클리셰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작부터 차별화를 꾀한 ‘엑시트’는 비장하고 진지한 대부분의 재난 영화와 달리 액션과 코미디를 적절하게 버무려 짜릿하고 유쾌한 재미를 안긴다.

​‘엑시트’로 호흡을 맞춘 조정석(위)와 임윤아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로 호흡을 맞춘 조정석(위)와 임윤아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고구마’도 없다. 이기적인 행동으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역이나 사건을 방치하는 무능한 정치인 등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청년 백수 용남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팍팍한 직장인 의주 등 소시민이 재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엘리트나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요원이 아닌 ‘짠내’나는 청춘 용남과 의주의 재난 탈출기는 현실 공감과 함께 몰입도를 높인다. 쓸 데 없는 취미라 무시당했던 산악 동아리 경험이 재난 상황에서 재능으로 빛을 발하고, 주변의 물건들을 활용해 능동적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이들의 탈출, 그리고 계속될 청춘을 응원하게 만든다.

신파 코드는 아니지만,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장면이 꽤 많다. 자신보다 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용남·의주의 모습과 용남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내 감동을 안긴다. 특히 아들 용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고맙다”고 울먹이는 아버지 장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조정석은 물 만난 고기다. 청년 백수 용남으로 분한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마음껏 헤엄친다.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부터 짠내 나는 코믹 연기, 강도 높은 액션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조정석을 있게 한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엑시트’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 CJ엔터테인먼트

임윤아도 첫 스크린 주연작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의주로 분한 그는 기존 재난영화 속 민폐 캐릭터가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 활약한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은 배우 임윤아의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두 주연배우 외에도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먼저 고두심(현옥 역)과 박인환(장수 역)은 용남의 부모로 등장해 중심을 잡는다. 용남의 누나 정현으로 분해 크지 않은 분량을 소화한 김지영은 왜 그여야만 했는지 납득시키는 연기를 펼친다. 강기영·김종구·배유람·오희준·정민성·김강훈 등과 반가운 카메오까지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거대한 스케일 기대한다면 ‘DOWN’

그동안 한국 재난 영화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영화 ‘괴물’(2006), ‘해운대’(2009), ‘부산행’(2016)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엑시트’는 기존 재난영화에 비하면 소박하다. 엄청난 지진이나 거대한 쓰나미, 좀비는 없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뿌연 가스가 도심을 뒤덮고, 이를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있을 뿐이다.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엑시트’가 올여름 극장가 흥행 강자에 등극할 수 있을까. /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가 올여름 극장가 흥행 강자에 등극할 수 있을까. / CJ엔터테인먼트

◇ 총평

이보다 신선할 순 없다. 이보다 짜릿할 순 없다. 이보다 현실적일 순 없다. 지금까지 재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단숨에 훔쳐버렸다.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짜릿한 스릴까지. 눈물, 콧물, 웃음을 다 빼놓는 ‘엑시트’. 외화의 공세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구해낼 구원투수의 등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러닝타임 103분,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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