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취임을 앞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그는 조직의 용퇴 문화에 대해 “검사들이 공직에서 쌓아온 경륜이 국민과 검찰에 쓰였으면 한다”며 만류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선배 검사 11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 뉴시스
오는 25일 취임을 앞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그는 조직의 용퇴 문화에 대해 “검사들이 공직에서 쌓아온 경륜이 국민과 검찰에 쓰였으면 한다”며 만류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선배 검사 11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검찰 조직의 엄격한 기수 문화에 대해 변화를 말했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검찰 조직 문화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 따라서 사법연수원 후배가 총장이 되면 선배와 동기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른바 용퇴 관행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뒤따랐다. 실제 윤석열 총장이 직접 나서 선배와 동료들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옷 벗은 선배 11명, 추가 사의 가능성 11명

하지만 용퇴 관행은 계속 이어졌다. 윤석열 총장의 지명 이후 현재까지 옷을 벗은 검사장급 고위 인사는 총 11명으로 집계됐다. 외부 개방직인 18기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을 포함해 ▲19기 봉욱 대검차장,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20기 김호철 대구고검장, 박정식 서울고검장, 이금로 수원고검장 ▲21기 송인택 울산지검장, 김기동 부산지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 ▲22기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이동열 서울서부지검장 등이다.

앞으로 용퇴를 택할 고위 간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석열 총장이 오는 25일 정식으로 취임하기까지 3~4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주목할 인사는 11명이다. 19기 황철규 부산고검장은 최근 국제검사협회(IAP) 회장을 맡게 된 만큼 검찰을 떠나는 게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차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군으로 오른 20기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사퇴 여부에 대한 입장이 분명치 않다.

윤석열 총장의 취임식 전후로 사의를 표명할 선배 검사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총장의 취임식 전후로 사의를 표명할 선배 검사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뉴시스

이외 ▲21기 박균택 광주고검장, 노승권 사법연수원 부원장,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 ▲22기 이영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김영대 서울북부지검장, 양부남 의정부지검장, 김우현 인천지검장, 차경환 수원지검장, 박윤해 대구지검장의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석열 총장과 동기인 23기는 대부분 잔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배 기수들이 줄사퇴한 만큼 조직에 남아 윤석열 총장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전례와 비교하면 용퇴를 택한 인원이 많은 숫자는 아니다. 관례대로라면 19기부터 23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30여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특히 과거엔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신임 총장의 선배와 동기 기수들에게 ‘새로운 진용’을 내세워 용퇴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엔 반대였다. 윤석열 총장은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검사들이 공직에서 쌓아온 경륜이 국민과 검찰에 쓰였으면 한다”며 만류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에서 윤석열 총장을 지명한데 대해 조직 물갈이로 해석되자 “선배 기수가 옷을 벗으라는 의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에서도 용퇴 관행에 대해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거리를 뒀다. 다만 검찰 내부의 속사정은 복잡했다. 차기 총장을 임명할 때 전임자의 1~2기수 아래에서 지명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분명해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은 전임자인 문무열 총장의 5기수 아래다.

반대로 5기수 아래의 파격 인사를 강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퇴 비율은 이전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윤석열 총장이 9수만에 사법시험을 합격해 선배 기수들보다 학번이 높고 나이가 많아 내부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조직을 떠난 선배 기수들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반감보다는 현 정권과의 관계, 개인적 사유를 내세웠다. 이들의 빈자리는 윤석열 총장의 취임 직후 단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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