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감독 김주환)가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가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여름 극장가 대전에 도전장을 내민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가 베일을 벗었다.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에 판타지, 그리고 액션을 결합했다. 여기에 드라마까지 더해졌다. 새로운 실험으로 한국형 시리즈물을 꿈꾸는 ‘사자’가 성공적으로 세계관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줄 누군가가 있다는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자신의 상처 난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용후. 이를 통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강력한 배후이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을 찾아 나선 안신부와 함께 하게 되는데…

▲ 박서준과 안성기의 찰떡 케미 ‘UP’

‘사자’는 격투기 용후가 구마 사제 안신부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렬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다. 영화 ‘청년경찰’(2017)로 565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다.

‘사자’는 오컬트와 액션, 두 장르의 색다른 결합으로 기존 영화와 차별화를 꾀했다. 그림자 등으로 표현된 악령의 모습, 동물을 연상하게 하는 움직임과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부마자의 모습이 섬뜩하다.

‘사자’에서 격투기 선수 용후로 분한 박서준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에서 격투기 선수 용후로 분한 박서준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용후와 안신부의 활약은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용후는 격투기 선수 특유의 강한 타격감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짜릿함을 배가시킨다. 영화 후반 펼쳐지는 용후와 지신의 대결 장면은 독창적 비주얼과 파워풀한 액션 시퀀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서준은 기존의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입었다. 여기에 강한 겉모습 속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을 한층 성숙한 연기로 소화한다. 고난도 액션도 완벽 소화한다. 격투기부터 와이어 액션, CG 액션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극을 이끈다. 우도환도 제 몫을 해낸다. 상대방을 단숨에 꿰뚫는 미스터리한 매력의 지신으로 완전히 분했다. 따뜻한 미소 속 숨겨진 섬뜩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사자’에서 안신부를 연기한 안성기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에서 안신부를 연기한 안성기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단숨에 장악한다. 라틴어부터 액션까지 완벽 소화하며 새로운 매력을 전한다. 또 예상 밖의 웃음을 선사하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박서준과의 ‘찰떡 케미’도 ‘사자’의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 다음 시리즈를 위한 떡밥? ‘DOWN’

김주환 감독은 줄곧 ‘사자’의 시리즈 개봉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쿠키 영상에 “‘사제’로 돌아온다”라는 자막을 띄우며 후속편 제목까지 공개했다. 이러한 이유 탓일까. 감독은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기 위한 여러 ‘떡밥’을 뿌려놨는데, 정작 이는 인물과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사자’에서 지신 역을 맡은 우도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에서 지신 역을 맡은 우도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지신의 존재가 그렇다. 영화는 세상을 향한 원망과 상처를 쉽게 지우지 못하는 용후의 전사를 풀어내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한 반면, 검은 주교 지신이 왜 그렇게 악한 존재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김주환 감독은 “많은 비화가 있지만, 추후 인터뷰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감독의 인터뷰까지 찾아보는 수고를 더해야 하는 셈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점과 반전 없는 전개, 반복되는 구마 의식 등도 12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 초반 신선한 설정과 색다른 비주얼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단순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예측 가능한 결말로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용후의 초능력도 후반부로 갈수록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자’에서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 안성기(왼쪽)과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에서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 안성기(왼쪽)과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 총평

김주환 감독은 “‘사자’에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이 나왔고, 검은 피의 수녀단과 귀신을 보는 승려들도 있다”면서 “이 세 개가 악의 집단들이고 그에 상응하는 영웅들이 한 명씩 나오게 될 거다. 어느 순간에 공동의 미션을 안고 큰 싸움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솔로 무비에 이어 모든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피날레까지 이미 구상을 마친 셈이다. 김 감독의 바람처럼 ‘사자’가 ‘한국형 어벤져스’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결과는 관객에게 달렸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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