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 비용 절감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담담한 어조로 최근 업계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년째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잇단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갈수록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을 맞이했다. 특히 올해에는 연간 7,8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중소상공인 살리기 차원에서 대대적인 카드수수료 개편을 결정했다. 이에 올초부터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업계 위기감은 고조된 형편이다. 

다만 아직까지 경상이익 부분에서 실적 악화는 극심하진 않은 분위기다. 일회성 요인에 따라  카드사별 실적 희비는 엇갈리고 있지만 경상이익은 크게 줄어드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주요 카드사 5곳의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도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냈다는 평이다. KB국민카드는 이 상반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이 전년보다 개선됐다. 

이는 카드사들의 눈물겨운 허리띠 졸라매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카드사들은 그간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판매관리비 감축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펼쳐왔다. 

다만 언제까지 비용 절감만으로 경영 위기를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렵다. 물론 카드사들도 나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등 신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글로벌·디지털 사업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신사업이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전까지는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그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업계의 힘을 더 빠지게 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 굼뜬 규제 개혁 논의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제,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 완화와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 축소 등을 요구해왔다. 카드업계 노조는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노조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수료 하한제 등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고 금융당국에서 규제 완화 검토 의지를 보이자 최근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규제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논의할 국회 정무위원회는 3월 말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7월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분위기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정치권은 내년 총선 준비 모드로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종 계류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긴 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또 금융위원장도 조만간 교체가 예정된 만큼 기존 금융정책과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 관심 갖고 있는 빅데이터 사업 활성화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빅데이터 3법은 국회에서 표류 중인 상태다. 이에 카드업계는 그저 비용 절감 외에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산업의 성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 경영난이 심화될 시, 노조가 걱정하는 고용 불안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 그간 수수료 인하를 감내해왔다. 하지만 허리띠를 계속 조이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다. 최소한의 숨통이라도 터줘야 한다.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정부가 규제 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