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빠진 해피콜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 해피콜 홈페이지 갈무리
실적 악화에 빠진 해피콜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 해피콜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주방가전 업체 해피콜이 꺼져가는 ‘양면 프라이팬’ 신화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창사 이래 첫 여성 CEO를 영입하며 분위기 전화에 나선 해피콜이 2016년 사모펀드(이스트브릿지-골드만PIA 컨소시엄) 체제에 들어선 이후 급격히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내리막길 걷는 해피콜… 여성 CEO로 돌파구

해피콜이 20여일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대표이사 자리를 채웠다. 지난 23일 해피콜은 신임 수장에 박소연 대표를 선임하고 하반기 경영에 돌입했다.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졸업 후 뉴욕 패션 전문학교(FIT),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박 대표는 리바이스, 월마트, 샤넬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온 인물이다.

해피콜과 박 대표의 ‘조우’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채롭다. 우선 박 대표는 해피콜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여성 CEO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해 온 박 대표 입장에서도 토종 브랜드에서 일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다. 또 가전 업계 종사자를 선호해 오던 관례를 깨고 유통 분야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해피콜 관계자는 “(박소연 대표는) 소비재 경험이 주로 있어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 있으며, 특히 마케팅 분야에 정통하다고 내부에 알려져 있다”면서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도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낯선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박 대표에 해피콜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해피콜은 성장 동력이 크게 꺾여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혁신이 어렵다는 주방용품 시장에서 ‘역대급’ 히트상품인 ‘양면 프라이팬’으로 1,000억원 매출 문턱을 넘은 해피콜은 생활가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진하다.

◇ ‘홈쇼핑 제일주의’ 탈피… 생활가전은 역부족

2015년 첫 선을 보인 ‘엑슬림’ 시리즈가 블렌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부들의 ‘최애’ 아이템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실속형 브랜드 ‘아이디오’와 ‘메소’(주물냄비)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아이디오의 주력 제품군인 에어프라이어는 중견가전사 간 경쟁 심화로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써큘레이터 등 여름가전은 신일 등 전문 업체의 벽을 넘기 어렵다.

해피콜의 블렌더 쏠림 현상은 매출 비중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전체 매출의 40~50%를 초고속 블렌더가 책임지고 있다. 침체된 주방가전 분야에서도 극히 일부에 집중된 제품 구성, 여기에 생활가전 분야로의 더딘 확장은 기업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2016년 1,749억원까지 오른 연매출은 이듬해 1,433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1,28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익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수익성이 얼어붙고 있다. 2017년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영업이익(106억)은 지난해 17억원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홈쇼핑 제일주의’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다. 해피콜은 한때 ‘올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홈쇼핑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전임 박세권 대표 아래서 해피콜은 백화점과 가전양판점 등 오프라인에 이어 이커머스 채널까지 확보하며 건전하지 못했던 회사 유통구조를 개선했다. 그 결과 홈쇼핑 매출 비중은 50% 선으로 내려갔다. 또 경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법인(미국‧인도네시아‧태국)을 과감히 정리하는 효율화 작업도 단행했다.

해피콜 관계자는 “생활가전 분야로의 역량을 키우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하반기에는 초고속 블렌더 모델을 다양화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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