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 A-50. /아리랑TV 캡쳐.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 A-50. /아리랑TV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자국의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으며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실제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유감 표명으로 가라앉을 듯했던 영공 침해 문제가 ‘진실공방’ 양상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25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러시아 군용기 관련 사건에 대하여 러시아 측이 공식적으로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알린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를 주시해 왔다”며 “주한 러 대사관은 상기 주장이 실제와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러 대사관은 “러 측은 러시아 군용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확인한 바 없다”면서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입 주장과 관련해 러시아는 전반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 공식 입장을 정리하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한국 측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24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있다”며 러시아 차석무관과 국방부 정책기획관의 대화를 공개한 바 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러시아 무관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최초의 계획된 경로대로였다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공 침입) 의도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 측이 믿어 주기 바란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공 침범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계획된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비행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국 전투기들이 교신도 없이 러시아 공군기에 근접해 위협을 했다고 주장하며 유사한 일이 반복되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우리 측에 보낸 상태다.

우리 측은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러시아 공군의 영공침범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비상주파수를 통한 우리 조종사의 경고교신 음성자료가 있으며, 당시 레이더 영상과 플레어 발사 사진, 경고사격 통제 음성이 녹음된 자료까지 확보하고 있다. 기록에는 “(영공에서) 나가라”는 우리 측 경고에 대해 러시아 측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국제관계에 있어 민감한 사안일수록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의 영공을 수시로 침범했었다. 나토의 방비태세를 떠보기 위한 의도적인 침범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매번 영공침범을 부인했다. 따라서 이번 우리 영공에 대한 침범도 계속 발뺌하며 부인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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