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국민들은 검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내부적으로 그동안 보여 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며 국민들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총장에 대해) 여러모로 아주 국민들 기대가 높다. 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만드는 일을 ‘검찰의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주면 좋겠다”면서 “반칙과 특권, 이런 것은 정말 용납하지 않는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강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에게 군림하거나 횡포를 가하거나 괴롭히거나 ‘갑질’을 하거나 이런 일들을 바로잡아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게 검찰이 갖는 또 하나의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 대통령 당부 말 두고 설왕설래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정치 권력 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 때문으로 보인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편향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권력 눈치 보기 수사’ 차단을 위한 검찰 개혁을 공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당부한 발언을 두고 ‘야권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한국당은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될 당시 ‘문재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정치검찰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8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윤 총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본격적으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보복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한국당의 지적이 문 대통령의 '당부의 말’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권력에 휘둘리거나 눈치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무래도 그동안 한국당에서 (윤 총장에게)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당부한 발언은 참 훌륭한 말”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렇게 주문을 했으니 앞으로 (윤 총장이)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참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권력에 휘둘리지 말라’는 취지로 당부한 발언을 두고 “크게 의미를 부여할 발언은 아니다”면서 “그건 의례적으로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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