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캔 사업 매각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 삼광글라스가 2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며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다졌다. / 삼광글라스
최근 캔 사업 매각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 삼광글라스가 2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며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다졌다. / 삼광글라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광글라스가 길고 긴 암흑의 터널에서 점점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력 분야인 캔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결정으로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고 나선 가운데, 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 청신호가 켜졌다.

◇ 흑자 전환 ‘청신호’… 2년 연속 적자 고리 끊나

상장기업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삼광글라스에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감사의견 한정 이슈에 사상 최저 실적까지 내놓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온 삼광글라스에 고진감래를 실현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2개 사업연도 동안 이어져 온 적자의 고리를 마침내 끊어 낼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 26일 삼광글라스가 공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2분기 18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 오른 1,087억원을 남겼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440%가 뛴 38억원을 달성했다.

그렇다고 축포를 터트리기엔 시기상조다. 1분기를 포함한 누적 영업이익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32억)다. 하지만 적자규모가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는 점과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건 장기간 침체 국면에 빠져있던 삼광글라스에게 고무적인 대목이다.

지난 2018년은 삼광글라스에게 있어 최악의 한 해와 같았다. 연초부터 전년 사업보고서가 퇴짜를 맞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최저 실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마이너스 275억원이라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또 1998년 이후 20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쓰라린 기록을 남겨야 했다.

밀폐용기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쉽사리 암흑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삼광글라스는 B2C와 B2B 전반에 걸친 사업부문의 매출 호재를 실현했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이마트에 신제품 15개를 한 번에 고정 입점 시켰다”며 “지난 3월 오픈한 글라스락 공식몰은 매달 회원수가 30%씩 늘고 있다. 또 재방문율은 70%에 달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캔 사업 매각… “유리 부문 전문성 키워나갈 것”

상반기 해외영업 성과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메인시장인 북미지역의 대형 유통 샘스클럽(Sam's Club)에 글라스락 900만불(약 106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중국에는 연초 초도물량 37만개 납품을 수주, 특히 이유식기와 쉐이커는 전년 대비 올해 175%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삼광글라스가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삼광글라스는 B2B 캔 사업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용단을 내렸다. 지난 19일 캔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신설회사(삼광캔)를 설립하고, 이 회사 지분 전량을 한일제관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매각으로 삼광글라스는 유리 사업에 대한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화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삼광글라스는 매각대금으로 510억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삼광글라스는 공급 과잉과 갈수록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캔 사업 운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캔 사업부문은 지난 1분기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며 전체 실적을 갉아먹은 주범이었다. 대표 브랜드인 글라스락이 포함된 유리 부문이 호전된 것과는 달리 역신장하며 업종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최근 플라스틱 저감 운동이 보여주듯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유리는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에 착한 소재”라며 “‘잘하는 거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독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리의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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