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가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가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중국·러시아의 영공 침해로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정당인 한국당이 ‘안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도 “지도부가 ‘타겟팅’을 잘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만나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따져 묻고, 앞으로 대한민국 안보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안보국회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미 제출한 일본의 수출 보복 철회 결의안과 중국·러시아의 영공 침범 및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조속히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당은 국방·정보·외교통일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만 가동하는 ‘원포인트 안보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앞서 제출한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상정이 보류됐다. 최근 안보상황이 엄중한 만큼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중·러 영공 침해 및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목선 입항 사건 국정조사, 정 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 등 그동안 한국당이 요구해왔던 임시국회 소집 조건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 됐다.

◇ 당내서도 ‘쓴소리’

당내에서는 한국당이 ‘선택과 집중’을 잘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학용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이렇게 개판을 하고 나라가 걱정이 되는데도 한국당이 시원찮게 해서 국민 기대에 부응을 못해서 한국당 의원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너무 나열식으로만 하고 계속 악재가 악재를 덮어서 국민들이 도대체 민주당이 뭘 잘못했는지 조차 망각하게 만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나오면 집중 공격을 해서 국민들이 현 정부가 너무 잘못하는구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북한) 목선처럼 좋은 건수가 있었는데 국정조사를 관철 못 하는 바람에 또 덮였다. 한 놈만 딱 잡아서 두들겨 패야 되는데”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계속 잘못하는 것도 문제는 있지만, 지도부에서도 타겟팅을 할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껏 한국당이 정부여당을 저격하며 내걸었던 요구 중 제대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지난해 11월 예산안 심사 때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했다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유치원 3법 처리와 맞물려 흐지부지됐다. 또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요구했었고, 지난 3일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국정 사회교과서 수정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외에도 KBS가 일제 불매운동을 보도하면서 일장기에 한국당 로고가 합성된 그림을 잘못 활용한 것과 관련해 KBS 수신료 거부 운동, KBS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원장직, 재해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여당과 줄다리기 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조사해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19%로 민주당(39%)과 20%p 차이가 났다. 과거에 외교·안보상황이 좋지 않을 때 보수정당이 지지율 호재를 누렸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일각에선 당내 계파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를 견제하고 여당을 견제하는 게 제1야당의 역할인데 당내 상황에 대한 일들만 크게 보도되고 자꾸 불거지니까 투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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