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서준이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서준이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서준이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여름 극장가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청춘미’를 벗고 카리스마를 입은 그는 파워풀한 액션부터 강렬한 눈빛 연기까지, 필모그래피상 가장 다크한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2011년 그룹 B.A.P 방용국의 ‘아이 리멤버(I Remember)’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박서준은 같은 해 영화 ‘퍼펙트 게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드림하이2’(2012), ‘패밀리’(2012~2013), ‘금 나와라 뚝딱!’(2013), ‘킬미, 힐미’(2015), ‘화랑’(2016~2017) 등과 영화 ‘악의 연대기’(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박서준은 영화 ‘청년경찰’(2017)과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에서 정의에 맞서 싸우는 의욕 넘치는 청년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의 모습을 대변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마녀의 연애’(2014), ‘그녀는 예뻤다’(2015),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을 통해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된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면서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의 다음 행보는 미스터리 액션물 ‘사자’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사자’는 격투기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렬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565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2017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중 박서준은 악과 마주한 격투기 챔피언 용후로 분해 극을 이끈다. 고난도 액션은 물론,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까지 한층 성숙된 연기로 소화해 눈길을 끈다. 특히 그동안 보지 못한 그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포인트다. ‘대세’로 자리매김한 박서준이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서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박서준은 “용후는 그동안 표현해보지 못한 가장 신선한 캐릭터였다”고 이야기했다.

-‘사자’를 택한 이유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캐릭터다. 용후라는 역할이 내가 그동안 표현해보지 못한 인물이라 신선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오컬트에 액션이 가미되고, 여러 가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수단들이 인상적이었다.”

-용후 캐릭터를 구축해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나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영화에서 어린 용후가 나오고 20년 후의 용후가 나오는데, 20년의 공백을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대인관계는 어땠고, 어떻게 자랐는지, 왜 운동을 택했는지 등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수록 내가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격투기 챔피언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재미도 있었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새롭고 재밌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지점도 있었지만, ‘쌈, 마이웨이’에서도 격투기 선수를 연기해서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그 지점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격투기 챔피언으로 설정이 됐을 때 (김주환) 감독님께도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직업으로는 격투기 선수만큼 강한 것이 없더라. 그래서 나도 설득이 됐다. 인물의 분위기 자체도 굉장히 달랐다. ‘쌈,  마이웨이’는 청춘의 성장을 다뤘다. ‘사자’ 용후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선수였다. 만약 내가 ‘쌈 마이웨이’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사자’ 속 UFC 옥타곤이 어색했을 텐데 그때 기억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격투기 외에도 초현실적인 액션을 해야 했다. 상상하면서 액션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CG 액션이 있었다. 그럼에도 (김주환 감독님이)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택해서 구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야 연기할 때도 현실적으로 느끼면서 할 수 있고,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마자들 머리를 만졌을 때 연기가 나는 것도 실제로 (특수장비를) 설치해서 타이밍에 맞게 연기를 한 거다.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는 손에 LED를 설치하고 촬영했다. 불을 CG로 입힐 수 있지만, 반사되는 빛은 어렵다더라. 만약 맨손으로 상황을 상상하면서 했다면 힘들었을 텐데, LED를 손에 설치하고 하니 훨씬 수월했다. 또 불을 다각도로 촬영하며 움직임을 담아내 CG로 입혔고, 더 리얼한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김주환 감독과의 첫 만남인 ‘청년경찰’과는 전혀 다른 결의 영화다. 전작을 기대하고 오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자’만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청년경찰’은 강하늘과 나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였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을 청춘의 힘으로 이겨내는 작품이었다. ‘사자’는 분위기도 다르지만 한 인물에 집중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 상상으로 구현된 세계에서 펼쳐지는 지점들이 많이 다르다. ‘청년경찰’을 기대하고 온다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박서준이 선배 안성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박서준이 선배 안성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용후와 안신부의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곳곳에 녹아있는 유머 코드도 인상 깊었는데, 안신부를 연기한 안성기와의 호흡은 어땠나.
“안성기 선배님과의 호흡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선배님이 처음부터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고, 그래서 쉽게 더 잘 다가갈 수 있었다.  무엇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 받아주시더라. 그래서 좋은 호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안성기를 보며 느끼고,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정말 많다.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지 않나. 그중 62년을 함께 하신 분이다.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시고, 대사 한번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내가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오셨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하지만, 선배님처럼 준비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매 촬영마다 30분 먼저 도착해 커피를 드시면서 그날 촬영을 준비하신다.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선배님을 통해서 많이 보고 배웠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선배님이 오시면 분주하던 현장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자신의 미래도 상상해봤나.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나.
“가까운 미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있지만,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될까 깊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서 느낀 건 자기관리의 중요성이다. 선배님은 술도 안 드시고,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신다. 나도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생활하다보면 저런 역사가 쌓이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됐다. 내가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아직 미래를 결정할 수 없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연기가 가장 재밌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있고, 연기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선배님처럼 사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싶다.”

박서준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박서준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연기가 가장 재밌는 일이라고 했는데, 어떤 재미가 있나. 
“한 작품 한 작품 일기장 같다. 역할로서 남기는 것이지만, 그 나이의 내 모습을 남기는 것 같아 좋다. 물론 그것을 남기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냥 떠올리려고 하면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어떤 장면을 보면 그때 상황들이 다 생각난다. 저 때 내가 저런 고민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떠오른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재밌다. 연기를 할 때,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 또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통해서 느끼는 재미도 있다. 물론 역할을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가.
“순간순간 충실하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나름의 고초는 있었다. 시작부터 기적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걸어오진 않았다. 이 순간을 계속 기억하기 위해 작품을 할 때 충실히 하려고 한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려고 하는 편이고, 현장에서만큼은 즐기려고 한다.”

-‘사자’는 박서준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여름 극장가에 외화를 포함해서 다양한 영화들이 있는데,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자’는 비교적 소자본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긍정적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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