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이 첫해부터 쉽지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쌍용차
지난 3월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이 첫해부터 쉽지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쌍용차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쌍용자동차는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다. 거듭된 경영난과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이에 반발한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고 투쟁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해고자가 발생했고, 수십 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구속됐다. 공장 가동 중단 및 설비 파손 등에 따른 피해도 막대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난 지금, 쌍용차는 다시 제자리를 되찾은 모습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다소 부진한 탓도 있지만, 내수시장 판매실적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5년 티볼리를 시작으로 신차 성공이 이어지면서 기나긴 흑자 터널을 탈출했고, 해고자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좋았던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영실적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공세는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올해부터 새롭게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예병태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경쟁모델 공세 속 경영 내실 강화 숙제

쌍용차는 최근 2분기 및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내수시장 3위답게 상반기에만 7만277대를 판매하며 1조8,68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반기 기준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16년 만에 가장 많았고, 상반기 매출액도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판매실적과 매출액은 호조를 보였지만, 내실은 아쉬웠다. 쌍용차는 2분기에만 4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는 등 상반기 7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당기순손실도 776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2016년 모처럼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지난 2년은 연간 650억원대 안팎의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더욱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7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쌍용차 측은 이 같은 실적에 대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제품 및 기술개발 투자 확대로 감가상각비가 증가했고, 경쟁심화에 따라 판매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쌍용차에 반전을 가져다 준 티볼리는 최근 현대자동차 베뉴 및 기아자동차 셀토스가 새롭게 시장에 가세하며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현대차 코나 등장 이후 판매실적이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모델까지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티볼리의 뒤를 이어 쌍용차의 성공가도를 이어갔던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둘러싼 상황도 썩 달갑지 않다. G4 렉스턴은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판매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 6월 월간 판매실적은 아예 1,000대 밑으로 떨어졌다. 또한 한국지엠은 오는 8월과 9월 콜로라도 및 트래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역시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의 경쟁모델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다. 올해의 기대작이었던 신형 코란도는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3월에만 2,000대의 판매실적을 넘겼을 뿐,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6월 판매실적은 어느덧 1,114대까지 떨어졌다. 쟁쟁한 경쟁상대가 즐비한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시적 생산중단’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쌍용차는 노사합의 하에 지난 5월 총 나흘에 걸쳐 생산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쌍용차는 경영실적의 내실 강화, 경쟁사들의 공세 속 판매실적 유지·확대라는 두 가지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제다. 특히 지난 3월 취임한 예병태 신임 사장은 첫해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와 함께 “추가적인 라인업 강화를 통해 판매 확대와 내실성장을 함께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한 예병태 사장이 쌍용차에 불어든 이상기류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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