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비서실장이 조국 전 민정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과 각각 포옹하며 퇴임 발표를 하는 자리를 빛내줬다. /뉴시스
노영민 비서실장이 조국 전 민정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과 각각 포옹하며 퇴임 발표를 하는 자리를 빛내줬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언론을 통해 전직 청와대 참모가 직접 후임자를 소개하는 인사교체 의전이 문재인 정부의 관례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고생했던 참모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위로한다는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경질성’ 인사로 해석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첫 시작은 임종석 비서실장이었다. 지난 1월 임종석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발표가 저의 마지막 미션”이라며 후임 비서실장과 국민소통수석, 정무수석 인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임종석 실장은 물론이고 함께 교체됐던 윤영찬 전 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 등을 영광스럽게 밝힐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됐다.

첫 여성 인사수석이었던 조현옥 전 인사수석의 교체 때도 같은 형식이었다. 지난 5월 조현옥 당시 인사수석은 직접 춘추관 브리핑에 나서 후임인 김외숙 인사수석의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기자분들의 전화나 문자에 답을 못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 있어 여러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었다.

조국 민정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의 교체 발표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자리를 빛냈다. “우리 조국 수석님”이라고 칭한 노 실장은 “민정수석의 위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추켜세웠으며, 정태호 수석에 대해서는 ‘상생형 일자리’와 ‘제2벤처 붐’에 “공이 작다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급 이상 참모라고 모두 이 같은 영광을 누린 것은 아니다. 초대 정무수석이던 전병헌 전 수석은 국회의원 시절 뇌물수수·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져 불명예 하차했었다. 반장식 전 일자리 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의 교체도 마찬가지였다. 김의겸 당시 대변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시 경제·일자리 지표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해석됐다.

김동현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경제투톱을 형성했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도 소회를 밝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른바 ‘투톱 갈등’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김수현 전 정책실장, 윤종원 전 경제수석,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 등도 마지막 퇴임인사를 하지 못했었다. 따지고 보면, 특혜 의전을 누리지 못한 인사가 더 많았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전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친문’인사 바로미터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노 실장이 직접 퇴임을 챙겼던 조 전 수석과 정 전 수석, 이 전 수석은 친문핵심으로 통하는 인사들이다. 조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후계자로 여겨질 정도의 상징성이 있고, 정 전 수석도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후문이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정계입문 통로였던 ‘혁신과 통합’ 시절부터 정치를 함께해온 동지다.

반대로 단편적인 한 가지 사례만 가지고 확대해석을 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사임배경, 성과, 발표 시기 등 다양한 요소가 맞아떨어졌을 때 진행을 한 것이지 ‘친문’을 나누는 잣대로 규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임 전 실장이 처음 후임자를 소개한 이후 청와대 참모들 사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관례처럼 정착되는 것 같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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