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부 주최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최수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부 주최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최수진 기자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방송시장과 통신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등이 맞물린 탓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통신3사가 지속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 KT “둘 다 반대”… SKT “LGU+만 우려”, LGU+ “상관없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부 주최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열렸다. 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서는 독행기업의 소멸로 알뜰폰의 통신3사에 대한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의 통신시장 지배력 강화로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에서도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신3사 간 의견이 대립됐다. 배한철 KT 상무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정부 정책 일관성이 사라지게 된다”며 “독행기업 소멸로 인한 경쟁 감소, 대표사업자 상실로 알뜰폰 산업 쇠락 등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후퇴한다. 향후 정책 추진의 동력마저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배 상무는 SK텔레콤 움직임에 대해서도 “통신 지배력 전이를 통한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티브로드 인수합병시 SK텔레콤의 이동지배력이 케이블TV 시장까지 전이돼 전체 방송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입장은 달랐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M&A는 전 세계적인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서 우리가 생존할 방법”이라며 “업계나 학계에서는 이미 시장지배력 전이 논란에 대한 사망선고를 내렸다. 타사에서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매번 지배력 전이론을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우리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러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통신시장 경쟁제한 및 왜곡 등 우려가 크다”며 “알뜰폰 육성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알뜰폰 논란은 이유가 있다”며 “KT는 자사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하는 막연한 기우, SK텔레콤은 티브로드 흡수합병에서 오는 시장지배력 전이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해 알뜰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학주 상무는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열위였던 알뜰폰에 대한 상생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학계 “정부가 달라져야 업계 문제 해결될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기업 합병에 대한 심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시장의 집중도가 높은 편인 방송, 통신 시장의 기업 결합은 일반 경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고정거래위원회가 다른 시장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경쟁제한성 심사를 방송시장에 그대로 가져오면 어떠한 기업 결합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공정위는 과기정통부, 방통위에 공익성 심사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시강 교수는 “기업이 인수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기업 결합을 금지한다고 해서 케이블 산업이 그대로 유지될지 생각해야 한다. 케이블TV와 IPTV가 각각 독자적인 발전을 하려면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막연한 우려만으로 모든 걸 차단하면 긍정적인 효과도 사라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독행기업 판단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행기업이란 시장 경쟁을 주도해 일정 기간 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했거나 장기간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는 기업을 뜻한다. 현재 CJ헬로의 독행기업 여부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정확한 판단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 경영공학부 교수는 “합병심사 과정에서 독행기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 요건,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명확한 근거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2016년 공정위는 독행기업 개념을 들어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을 인정했지만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독행기업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곽정호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에서는 그동안 모호했다는 비판을 받은 독행기업 판단기준에 대한 명확한 적용지침을 규정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지침에 의거해 찬반양론의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및 독행기업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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