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북한 미사일 발사관련 국방,외통,정보위-원내부대표단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진석 의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북한 미사일 발사관련 국방,외통,정보위-원내부대표단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진석 의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중국·러시아의 영공 침범 등 안보위기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자 보수진영 내 강경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제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자칫 한미동맹 균열까지 부를 수 있는 ‘핵무장론’이 꾸준히 한국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한국당은 31일 북한의 발사체 추가 발사가 확인되자 예정에 없던 국회 국방·정보·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원내부대표단 연석회의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실제적으로 결국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다르급 미사일로 인해서 사실상 이 핵 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금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나토식(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핵공유와 비슷한 핵공유를 포함해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선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우리를 무장해제토록 했던 9.19 남북군사합의를 빨리 폐기하고 우리도 전술핵이든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책을 세우고 한미일 공조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된다”고 했다. 외통위 소속 정진석 의원은 “필요하다면 북한의 핵무장에 맞서서 한미일 3국이 공동 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가동해야 된다”고 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개발을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북한이 92년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한 이상 대한민국 역시 92년 이전 수준의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 만약 전술핵 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자체 핵개발이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 노리나

하지만 한국당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약 우리나라의 핵 무장이 실현될 경우 오히려 안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나아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 전반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나 원내대표도 당 일각의 핵 무장론에 대해 “우리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국회 현안질의에서 “한국형 핵무장은 정부로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오히려 한국당은 실현 가능성보다 핵무장론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해 국내에 불안감이 형성될 경우 핵무장론을 이용해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한국당의 행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안보 포퓰리즘을 한다’고 비판한다”며 “정쟁과 당리당략을 위한 핵무장론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도 “핵무장론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한국당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허황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라며 “한미동맹을 파기하겠다는 것이고 국제 경제 제재를 초래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얼마나 핵폭탄급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오는지 한차례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얘기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정치권 안팎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친일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 하락 위기를 맞은 한국당이 핵무장 등 강경한 주장으로 현재 정국 이슈를 안보·외교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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