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7시경 여의도 환승센터 정류장에서 8601A번 2층버스를 직접 탑승했다./서종규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다수 유입되며 ‘출퇴근 대란’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수도권 출퇴근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출퇴근 전쟁터의 무대는 교통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경기도가 지난 2015년 도내 광역버스 입석 문제 해소와 출퇴근 편의 증진을 위해 국내 최초로 2층 광역버스를 도입했지만, 일부 노선에서는여전히 입석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는 2층버스의 입석대란과 승차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열흘간 세 차례 서울과 김포를 잇는 2층버스를 직접 탑승했다.

9일 오후 7시경 당산역에서 탑승한 8601A번 버스의 1층 내부 모습. 이미 입석으로 탑승한 승객들로 가득하다./서종규 기자

◇ ‘꼬깃꼬깃’ 불편한 입석… 계단도 좌석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경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김포한강신도시로 향하는 8601A번 버스에 올라탔다. 해당 버스는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 광화문을 잇는 노선을 운행한다.

퇴근 시간이 맞물려서일까. 길게 늘어선 줄과 함께 도착한 버스에 빈 좌석은 없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좁은 1층 내부에는 이미 입석 승객이 가득했다.

2층버스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승객들이 좌석 삼아 앉아있다./서종규 기자
2층버스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승객들이 좌석 삼아 앉아있다./서종규 기자

진풍경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더 나타났다. 미처 좌석에 착석하지 못한 승객들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마치 좌석처럼 이용하며 앉아있었다.

2층의 경우 천장이 낮아 키 170cm대 후반의 성인 남성이 입석으로 탑승할 경우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서종규 기자

계단에 앉은 승객들을 지나 2층으로 힘겹게 올라서자 또 다른 느낌이 기자를 덮쳤다. 178cm.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기자의 키다. 평소 장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던 기자는 2층버스의 2층 내부에서 버스 천장에 고개가 닿아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만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2층에서는 일반 버스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가 없어 좌석을 잡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더해졌다. 1층의 경우에는 2층과의 간격이 넓어 입석 시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입석으로 기자와 함께 2층에 탑승한 여성 승객 A씨는 2층버스를 처음 타봤다고 한다. 2층버스를 다시 이용할 기회가 있으면 탑승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잘 모르겠다. 사실 불안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고 답했다.

◇ 편안한 좌석… 새삼 놀라운 높이

입석이 아닌 좌석에 착석했을 경우에는 어떨까. 기자는 10일과 18일 오후 7시경 8601A번 버스와 3000A번 버스를 탑승했다. 8601A 버스는 여의도에서, 3000A 버스는 신촌역에서 각각 탑승했다.

8601A번 버스의 2층 맨 앞자리 좌석은 좌석과 앞 유리창의 간격이 좁다./서종규 기자

8601A번 버스는 여의도에서 탑승하자 제법 여유가 있었다. 바깥 풍경을 보고자 2층의 맨 앞자리에 착석했다. 전날 입석으로 탑승해서일까. 좌석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졌고, 승차감도 좋았다. 다만 2층 맨 앞좌석의 경우 여타 좌석에 비해 간격이 다소 좁아 불편함을 겪었다.

당산역에 도착하자 또다시 ‘입석대란’이 펼쳐졌다. 버스 앞 전광판의 빈 좌석은 ‘0’이었지만, 승객들은 꼬깃꼬깃 몸을 우겨넣었다. 앉아있는 승객 입장에서 마치 ‘승자’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3000A번 버스 창문에 부착돼 있는 입석금지 게시물./서종규 기자

3000A번 버스에는 ‘입석금지’라고 명시된 게시물이 버스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회차지점인 신촌에서 탑승한 후 2층의 적당한 좌석에 착석했다. 3000A 노선이 김포한강신도시를 직접적으로 지나지 않는 탓일까. 8601A번 버스에 비해 승객이 적었다. 때문에 계단을 좌석으로 이용하는 등의 입석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입석이 아닌 좌석에 앉자 버스 밖의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특히 손에 닿을듯한 신호등과 가로수가 인상적이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신호 및 과속 단속장비 밑을 지나갈 때도 새삼 2층버스의 높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2층에서도 운전석 상황 알 수 있다

8601A번 버스를 입석으로 탑승하던 중 2층의 앞쪽으로 이동해봤다. 2층버스의 특성상 1층에 있는 운전석의 상황을 2층의 승객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2층의 앞쪽 상단에 탑재된 전광판. 해당 신호는 버스가 오른쪽 방향 지시등을 켜고 운행하고 있다는 신호다./서종규 기자

이러한 고충 때문인지 2층의 앞쪽 상단에는 ‘브레이크’와 ‘방향지시등’을 표시해주는 전광판이 탑재돼 있다. 3000A번 버스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다. 물론 2층에도 ‘하차 버튼’이 부착돼 있고, 1층에서 하차 버튼을 누르더라도 ‘STOP NEXT’라는 문구가 전광판을 통해 2층으로 전달된다.

8601A번 버스의 2층 앞 유리창으로 보이는 올림픽대로의 모습./서종규 기자

◇ 승객들은 어떻게 느낄까

8601A번 버스가 국도를 지나 김포로 향하는 ‘올림픽대로’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2층버스에 올라타 바깥을 바라보니 도로에 있는 차들이 마치 장난감 차처럼 보이는 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교통체증이 해소됐고, 2층버스는 그제서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버스에 비해 체감으로 느껴지는 속도는 현저히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반면 3000A번 버스는 올림픽대로 등 고속도로를 지나지 않고, 도심 내부의 버스전용 중앙차로에서 운행된다. 이에 3000A번 버스는 8601A번 버스에 비해 다소 안정감이 느껴졌다.

3000A번 버스에 탑승한 한 승객 B씨(여)는 “평소 2층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한다”며 “한번에 많은 승객을 태우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2층버스의 승차감에 불편함을 느끼는 승객도 있다. 수원과 서울을 잇는 2층버스 7800번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 C씨(남)는 “2층은 진동과 소음이 심하고, 천장 쪽의 바람으로 겨울철에는 차 내부가 춥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3000A번 버스를 하차한 후 촬영한 버스의 뒷모습./서종규 기자

2층 광역버스를 탑승해본 결과, 승차 상황과 노선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공존했다. 입석이 허용되는 노선이 있는가 하면, 입석이 불가능한 노선도 있었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노선과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하는 노선도 있었다. 2층 광역버스는 저마다의 노선에서 편안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지닌 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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