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일 무역갈등 관련 막판 담판에 나섰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끝이났다. 이에 따라 2일로 예정된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전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강경화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실제 내려진다면 한일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 했다”며 “일본 측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이 안보를 이유로 내세웠던 만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일본에 전했다. 강 장관은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고노 다로 외무상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 상당히 높다”

사실상의 마지막 담판이 무산되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개정안의 통과가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첫 각의가 열리는 2일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일본은 기존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진행되던 시각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최악의 경우 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배제’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무언가 결정이 났을 때에는 어떤 방식이 됐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수는 미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안보포럼(ARF) 참석 전부터 한일 양국 간 갈등을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오는 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일본 각의의 결정이 더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물밑 조율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두 번째 수출규제 강화 방안을 중단하고 한국에 일본기업의 자산압류 및 매각절차를 중지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청와대는 미국의 중재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외교적 해결방법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식 발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사실로 적시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어떤 방식이 됐든, 중재가 되었든 혹은 어떤 자리에서의 만남이 되었든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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