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강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또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장기적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춰가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일 간 협력 관계를 감안했을 때 이례적으로 강경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메시지는 ‘탈일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점진적으로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춰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며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 나아가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후 진행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도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도 ‘맞대응’ 형식의 규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국내 기업 지원과 함께 이번 사태와 관련해 ▲WTO 제소 ▲한일 양자 협의 재개 촉구 ▲관광·식품·폐기물 분야 안전조치 강화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무모·민폐·도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됐다. 발언에서도 ‘도전’ ‘민폐’ 등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보다 강경한 대일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는 1시간 35분 동안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 대책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관련한 이야기는 별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본의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올해 특별히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미래 100년을 다짐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질서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항일운동과 일제 식민지 때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한 이유에 대해 “지금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에 대해 온 국민이 관심을 뜨겁게 갖고 있다. 과연 정부가,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질지 집중이 높았던 사안이라 국민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으셨 듯 ‘딜레이’(지연) 되지 않고 바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생중계가 아닐까 싶어서 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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