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BAT코리아 신임 대표이사 /BAT코리아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의성 BAT코리아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겁다. 부진한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어서다. BAT코리아는 김 대표의 지휘 아래, 이달 신제품을 선보인다. 취임하자마자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 첫 ‘한국인 CEO’에 쏠린 눈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의 한국법인인 BAT코리아는 지난달 22일 김의성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BAT코리아가 한국인 CEO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의성 대표는 ‘영업통’으로 잘 알려진 인사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BAT코리아 영업본부 지사장을 맡게 되면서 회사와 첫 인연을 맺은 뒤,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보직을 거친 바 있다. BAT코리아에 영입되기 이전에는 한국 네슬레, 펩시 등 다국적 소비재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같은 CEO 체제 변화는 최근 실적 상황과 무관치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BAT코리아는 국내 담배 시장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때 던힐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국내 담배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2%대까지 추락했다. 매출액과 영업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5,87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3,682억원까지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전자담배 시장에서 고전도 뼈아프다. BAT코리아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에 이어 2번째로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보였다. 나름 빠르게 시장에 발을 내딛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현재 BAT코리아 ‘글로’는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KT&G의 ‘릴’에 밀려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KT&G는 30%대 점유율로 2위권을 지키고 있다. BAT코리아의 점유율은 10% 내외로 존재감이 희미하다.  

이에 BAT코리아는 지난해 광고선전비 지출을 대폭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30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14억원)보다 대폭 확대된 금액이다. 이같은 마케팅 확대에도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고, 대신 판매관리비 증가로 영업적자가 발생되는 뼈아픈 결과를 맞이했다.

◇ 전자담배 시장서 존재감 희미… 신제품으로 반전 꾀할까  

전자담배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9년도 상반기 담배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1억9,360만 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2% 증가했다. 반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14억7,290만 갑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3.6% 줄었다. 담배 시장이 전자담배 위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자담배 시장을 포기하긴 어려운 이유다.

이에 BAT코리아는 국내 사정이 밝은 ‘영업통’을 CEO로 선임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의성 대표의 지휘 아래, BAT코리아는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BAT코리아는 오는 13일 신제품 ‘글로 센스(glo sens)’를 공식 출시한다. ‘글로 센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장점과 액상형 전자담배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형 제품으로 알려진다. 해당 제품의 실적 성과가 그의 리더십을 판가름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외에도 김의성 대표는 다양한 과제를 품고 있다. 불미스런 논란으로 훼손된 기업 신인도를 회복하는 것도 숙제로 지목된다. BAT코리아는 지난 2015년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전산 조작을 통해 5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4월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BAT코리아 법인과 전 대표이사 A씨 등 3명을 기소한 바 있다. BAT코리아는 그간 탈세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최근엔 사천공장에서 주차장 갑질 논란이 불거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협력업체 직원의 자동차 주차를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BAT코리아 측은 “주차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협력사들 사이에선 갑질 횡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에 한국인 CEO가 선임된 만큼 국내 시장 이슈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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