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직면하게 됐다. 조직이 안정화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직면하게 됐다. 조직이 안정화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윤석열호(號)’가 출범 직후부터 풍랑을 만났다. 인사에 대한 조직 내부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 초기만 해도 감안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윤석열 총장이 전임 보다 5기수 낮은 파격 임명이라는 점에서 동기인 23기를 전면 배치해 조직 안정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손발을 맞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주요 자리를 꿰찬데 대해선 적폐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중간 간부급 인사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 “인사는 메시지” 사표 낸 간부 검사의 뼈있는 말

예상됐던 비판이 나왔다. 현 정부의 코드 인사, 윤석열 총장의 측근 인사라는 지적이다. 내부의 반발은 줄사퇴로 나타났다. 인사가 발표된 날부터 이틀 동안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의 글을 남긴 검사만 1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이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 6월 17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총 59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공식적인 사의 표명 없이 떠난 검사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특히 이목이 집중된 인사는 서울동부지검이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연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곳이다. 앞서 수사팀은 친정부 인사 임명을 위해 환경부 산하 기관에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로 김은경 전 장관을 기소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가 됐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총장의 취임과 인사 이후 수사를 전담했던 지휘라인이 모두 검찰을 떠났다. 권순철 차장검사는 “인사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 6월 17일 이후부터 8월 2일까지 총 59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 6월 17일 이후부터 8월 2일까지 총 59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 뉴시스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은 윤석열 총장의 취임 이틀 전 사의를 밝혔다. 권순철 차장검사와 주진우 형사6부장은 각각 서울고검 검사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내부에선 좌천성 인사라고 평가했다. 서울고검은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한직으로 분류되고,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진우 부장검사는 억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신이 ‘우병우 사단’으로 불린데 대해 “발령에 따라 청와대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래)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다시 말해, 주진우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를 보복성 좌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총장의 발탁이 검찰 개혁보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위한 게 아니냐는 날선 비판까지 나왔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이원석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대검 기획조정부장)의 검사장 승진이 문제가 됐다. 윤석열 총장과 적폐수사를 함께 한 두 사람은 27기로,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24~26기를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윤석열 총장이 특수통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중앙지검 1·2·3차장으로 임명된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 신봉수 중앙지검 특수1부장, 송경호 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역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한 바 있다. 전임 1·2·3차장검사들은 윤석열 총장과 함께 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두봉 1차장은 과학수사부장, 박찬호 2차장은 공안부장, 한동훈 3차장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임명됐다. 노골적인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직 안정화에 앞서 잡음 없애기가 윤석열 총장의 우선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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