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로 여겨지는 키시다파 후보들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전원 낙선하면서, 아베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도 재집권에 나설 것이 유력해졌다. /AP-뉴시스
포스트 아베로 여겨지는 키시다파 후보들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전원 낙선하면서, 아베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도 재집권에 나설 것이 유력해졌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 미국의 중재안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중재안은 수용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의외의 거절이었다. 나아가 일본은 호르무즈 연합 호위함대를 구성하자는 미국의 요구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2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정한 시한을 정해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도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은 ‘스탠드 스틸’ 협정이다. 협상의 시간을 벌기 위해 현 상황을 일단 ‘동결’시키는 내용이다. 갈등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한일 관계에 “개입을 하겠다”고 밝혔던 스텔웰 미 국무부 차관보가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측의 거절은 아베 총리가 겪고 있는 일본 내부의 정치적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의원 선거 결과 아베 총리에게 남은 지지층 대부분이 ‘극우’ 진영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상황에서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주장하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tbs라디오에서 “미국이 제시한 동결안을 받으면 아베 내각은 급격하게 레임덕 현상에 빠져들었을 것”이라며 “참의원 선거에서의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아베 수상의 지지파들만 결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인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형식적 제스처인지 미국에서 온 중재안의 진위를 파악했을 것”이라며 “일본 내에서도 강경파들 의견과 타협파들의 의견 사이에서 결국은 아베 총리가 강경파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포스트 아베’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북미 관계가 변화됨에 따라 아베파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외부적 요인이 한국 뿐이라는 점에서다.

이 교수는 “내년에 올림픽이 끝나고 아베 수상이 내년에 가을에 총 선거를 했을 때 아베 수상의 인기가 지금처럼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포스트 아베를 찾아야 하는데 이번에 다섯 명의 ‘포스트 아베파’ 전원이 낙선을 해 버렸다”며 “아베 수상을 대체할 수 있는 포스트 아베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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