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대해 사실상 요구사항을 거부하는 내용의 답변을 내놓았다. /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가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대해 사실상 요구사항을 거부하는 내용의 답변을 내놓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수만 회장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마주했던 SM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알맹이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수만 회장 측 지분이 압도적이지 않은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발송했다. KB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6월 5일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여기엔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의 합병, 주주 배당, 핵심사업과의 관련성이 낮고 부실한 사업 및 자회사의 정리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KB자산운용의 이 같은 행보는 이수만 회장을 둘러싼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맞물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상 주주서한에 담긴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요구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배당 요구에 대해서도 “미래를 향한 성장과 이를 위한 투자에 더 역점을 뒀기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와 회사 이익의 주주환원을 조화할 수 있는 방안, 예컨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여지는 남겨놓았다.

비핵심사업 및 자회사 정리 요구에 대해서는 “코엑스아티움 운영 중단 여부와 라이프스타일 사업의 구조적 개편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단기 성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입장도 빼놓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 같은 대응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소한 배당이나 적자 사업 정리에 있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송 이후 상승세를 보였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답변 내용이 알려진 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SM엔터테인먼트가 행동주의펀드와의 전면전을 불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수만 회장은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9.04%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더해도 19.49%다.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7.5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13%)과 미래에셋자산운용(5.01%), 한국투자신탁운용(5.00%)도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자의 지분만 모두 더해도 이수만 회장 측 지분을 넘는다.

뿐만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는 10.0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큰 손’으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 안건 7건 중 4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은 정관변경, 감사선임,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이다.

물론 당장 이들 기관투자자 및 국민연금이 손을 맞잡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마이웨이’가 계속된다면 이들 역시 공세를 강화할 여지가 상당하다. 여기에 일부 일반투자자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SM엔터테인먼트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이수만 회장과 SM엔터테인먼트가 전에 없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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