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펙사벡’ 임상 중단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신라젠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신라젠은 신약후보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알려 투자시장에 큰 쇼크를 줬다. 문 대표는 신약개발을 향한 도전 의지를 재차 밝혔지만 실망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  

◇ 펙사벡 임상 중단 후폭풍… 주가 2거래일 연속 폭락  

5일 코스닥 시장에서 신라젠은 전 거래일 대비 29.97% 하락한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일 29.97% 떨어진 채 장을 마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폭락세를 보인 셈이다. 4일 신라젠이 ‘펙사벡’의 임상 3상 시험 중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투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4일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조기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문은상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암 대상 임상 3상과 관련해 조기 종료 소식을 전하게 돼 주주와 기관 투자자에게 진심으로 깊은 유감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수용한 데 따른 조치다. 신라젠은 2016년 1월 뉴질랜드에서 첫 임상 환자를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 표적치료제인 ‘넥사바’와 ‘펙사벡’을 함께 투입했을 때와 넥사바를 단독 투입했을 때, 생존율을 비교하는 형태였다. 

DMC는 무용성 평가를 진행한 뒤, 신라젠에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중인 신약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다. 해당 평가에서 큰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임상 3상 조기종료는 ‘펙사벡’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항암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행요법의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펙사벡’의 항암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해당 임상에서 간암 1차치료용 ‘펙사벡’을 기존 표적항암제 ‘넥사바’과 순차 투여한 결과 ‘넥사바’ 단독 투여 대비 생존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대신 신라젠은 분당차병원에서 ‘펙사벡’ 투여 후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를 투여한 결과 완전 반응을 보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앞으로 표적항암제가 아닌,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신라젠은 신장암, 대장암 등을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다만 가장 기대를 모았던 임상이 좌초된 만큼 시장의 충격파는 큰 모양새다. 게다가 나머지 임상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갈 길 먼 상태다.  

이번 쇼크는 쉽게 수습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신라젠이 이번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사전 인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신라젠의 한 임원이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 한 달 전쯤인 주식을 장내 매도한 사례가 있어 의혹을 더욱 키웠다. 문 대표는 간담회에서 “회사는 임상 3상이 진행되는 순간 임상에 전혀 개입할 수 없고, 데이터를 알려고 시도하는 순간 임상이 무효화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임원이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속적인 신약 개발 의지에도 투자 시장 싸늘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가 1만5,000원이었다. 이후 신약 개발의 기대감을 타고 주가는 2017년 하반기부터 급등했고, 한때 11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문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문 대표는 “국세청 세금납부와 채무변제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펙사벡’과 관련한 숨은 악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지난 3월에는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교수 등에게 각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라젠은 관련 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해명해 논란이 진화된 양상을 보였으나 수개월 만에 참담한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문 대표는 임원진과 함께 책임경영을 위해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한 성난 투자자들의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사태로 신라젠의 시가총액을 크게 추락했다.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5일 기준 1조5,525억원으로 지난 1일(3조1,654억원) 대비 1조6,129억원이 줄었다. 시총 순위는 3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바이오주에 대한 시장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어 후폭풍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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