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휴전'을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휴전'을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5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을 환률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중단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된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발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이고 중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향후 1년 간 미국과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미국은 해당국에 ▲대외원조 등 자금지원 금지 ▲정부 조달계약 금지 ▲IMF 감시요청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중단 발표에 대한 보복성격이 강하다. 이날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7.03위안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7위안을 돌파했다. 아울러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관련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예고했다. 이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2~3%대 급락하는 등 미국 시장이 크게 흔들렸었다.

중국 중앙은행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미국의 관세부과 경고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더해 오는 9월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환율조정을 통해 미국의 관세압박을 돌파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돼 관세장벽을 상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번 조치로 양국의 무역전쟁은 확전일로를 걷게 됐다. 지난 6월 말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휴전’을 선언했으나 한 달 정도 만에 사실상 폐기된 형국이다. 특히 중국은 그간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농산물 수입중단 카드를 내비침으로써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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