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정당이 공존하고 있는 현 다당체제가 21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 / 뉴시스
5개 정당이 공존하고 있는 현 다당체제가 21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고민이 깊다. 일단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 평화당 비당권파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지도부를 교체하고 총선 전 정계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평화당 대표의 선택이 갈렸다. 손 대표는 다른 정당과의 연대나 통합을 거부한 반면, 정 대표는 “소수정당과 연대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5개 정당이 공존하고 있는 현 다당체제가 21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손 대표와 비당권파의 중심인 유승민 의원의 정면충돌이 빚어지면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그토록 원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 보수로 잘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고 한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도, 더불어민주당과도, 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의 총선 전략은 분명한 ‘자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유 의원 등 당내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말하는 ‘혁신’은 사실상 한국당과의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손학규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 전략과 함께 당 상황을 정면돌파할 구상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초점은 ‘자강’이다. 제3지대론과 관련한 연대·통합 이야기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비서실장인 장진영 실장은 “지금까지 국민들이 손 대표가 저렇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걸 보면서 ‘노욕 아니냐’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버티고 있는지를 직접 선언을 통해서 앞으로 뭘 할 건지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소수정당과 연대하겠다”는 정동영, 누구와?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대표는 “개혁연대와 연합은 당의 생존 전략”이라고 천명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정의당과 연대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의 벽을 돌파하려면 제3진영과의 통합·연대는 절실하다”며 “바른미래당 내 개혁그룹, 정의당, 시민사회와 힘을 모으고, 녹색당과 청년당을 포함해 새로운 정치 세력과도 연대·연합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와의 갈등을 수습할 방안으로 제안한 중재안 역시 ‘제3신당 창당’이다. 바른미래당·정의당을 포함해 녹색당·청년당 등 뜻이 맞는 원외정당을 총망라해 제3지대 통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신 당대표 사퇴에는 선을 긋고 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 없이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은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제3지대론’에 대한 정 대표의 생각은 분명하지만, 지도부 사퇴 여부를 놓고 대안정치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 대표와 대안정치는 5일 저녁 여의도 식당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이른바 ‘끝장토론’을 전개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안정치 소속 박지원 의원은 6일 “정 대표는 현재로선 사퇴 의사가 없다고 어제 분위기상 파악했다”며 “내일(7일)까지 정 대표의 답변을 기다려서 그 답변을 보고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비당권파에선 ‘이대로는 안 되기 때문에 정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자기 중심의 수습을 해나가자고 했다”며 “현재 국제적 문제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고 (문제를) 잘 해결해야 될 것이다. 정 대표의 사퇴 여부 문제를 가지고 국민에게 실망을 줘서 되겠느냐”고 했다.

정의당은 바른미래당·평화당과는 상황이 다르다. 2012년에 창당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모두 치러낸 정당이다. 심상정 대표의 총선 전략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다. ‘소수정당’이라는 딱지를 떼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총선 결과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강하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종대 의원, 이정미 의원, 윤소하 의원, 추혜선 의원은 각각의 지역구에서 재선을 목표로 민심을 다지고 있다.

정 대표의 ‘러브콜’을 심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도 낮다. 심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후보 간 연대나 당 대 당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선거 전략으로서 단일화 프레임은 이미 그 시효를 마감했다. 과거와 같은 ‘당 대 당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다. 역시 ‘자강’으로 프레임을 잡고 ‘제2의 심상정’ ‘제2의 노회찬’과 같은 진보 정치인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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