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I코리아노조는 최근 본사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JTI코리아노조
JTI코리아노조는 최근 본사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JTI코리아노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기업’이란 지적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담배회사 JTI코리아가 이번엔 노사갈등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해묵은 노사갈등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 속에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됐다.

전국식품산업노조연맹 JTI코리아노조는 2017년 4월부터 무려 830일 넘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무더위 속에서 본사 앞 릴레이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사측의 노동탄압과 불성실한 태도를 규탄 중이다.

JTI코리아의 노사갈등은 2017년 임금협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조는 영업직의 평균연봉이 본사 사무직의 67.5% 수준이고, 경영성과급도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금 차별 해소를 요구했다.

JTI코리아노조는 사측이 이 같은 요구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이에 반발해 파업을 실시한 노조 조합원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고 호소한다. 반면, 비조합원의 임금은 3% 인상하는 등 사측이 노조탄압 행태를 이어왔다는 주장이다.

노사교섭도 난항의 연속이었다.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던 중 2018년 8월 전임 대표이사가 물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기대했으나, 이러한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대표이사 공석 상황은 6개월 동안 지속됐고, 올해 초 새로 부임한 호세 루이스 아마도르 대표이사는 전임 대표이사 때보다 못한 협상안을 내밀었다. 심지어 매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임금협상을 ‘다년계약’으로 맺자며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JTI코리아노조는 최근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과 만나 단체교섭권을 위임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향후 권역별 집회 추진, 전면파업 등 투쟁의 수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처럼 JTI코리아의 해묵은 노사갈등은 최근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JTI코리아는 뫼비우스(구 마일드세븐) 등을 판매하는 담배회사로, 일본기업이란 지적과 함께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JTI코리아 측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으나, 최종 뿌리는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담배산업(Japan Tobacco)의 글로벌법인 산하에 있을 뿐인데, 눈 가리고 아웅 식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JTI코리아는 실질적인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준비했던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 행사를 전격 취소했고, 편의점 등에서는 뫼비우스 등의 판매 감소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매장에서 일본담배를 아예 치우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일본 불매운동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노사갈등까지 표출되면서 JTI코리아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세 루이스 아마도르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진행된 11번의 노사교섭 중 단 2번만 참석했으며, 최근 3주간의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복귀와 함께 산적한 현안을 피할 수 없게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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