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산량 5위를 자랑하는 국내 제지 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생산량 5위를 자랑하는 국내 제지 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제지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업계 자존심인 한솔제지를 비롯, 관련 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주춤한 한솔… 깨끗한나라의 계속된 위기

제지는 디지털화로 인한 종이 수요 감소로 인해 수년 전부터 ‘사양산업’이라 불리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펄프 가격마저 뛰면서 업계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그럼에도 국내 제지 산업은 비우호적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1,150만t의 종이·판지를 생산(세계 5위 규모)하며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지업계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톤당 펄프가격이 지난 2년 새 20만원이 오른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오던 국내 제지산업의 맏형인 한솔이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3,751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익은 21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85% 줄어든 35억원에 그쳤다.

1분기를 더한 상반기 전체 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한솔제지의 지난 2분까지의 영업이익은 407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때보다 39%가 빠졌다. 344억이던 당기순이익도 120억원으로 급감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지난 4월 장항 공장에서 발생한 공장 가동을 중단해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항 공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일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손을 놓다시피 해온 골판지 사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활로 개척을 위한 사업다각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솔제지는 M&A 시장에 나온 골판지 1위 업체인 태림포장과 전주페이퍼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 또 최근 높아진 에코 프렌들리에 대한 관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종이 포장재(프로테고)를 시장에 선보인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한솔은 향후 친환경 종이 포장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신제품 개발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깨끗한나라의 부진은 종이 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깨끗한나라는 적자가 지속되면서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깨끗한나라는 올 펄프(All Pulp) 지종 생산설비인 제지 1호기의 가동을 두 달째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올 펄프 추가 생산 없이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수익성 위주의 상품 판매에 무게를 싣는다는 전략이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3년간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7,000억원을 돌파했던 연매출은 지난해 6,26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또 지난해와 2017년 각각 292억원과 25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 전망도 비관적이다. 지난 1분기 또다시 62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흑자 전환이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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