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은 새누리당 시절 나 원내대표와 유 의원의 모습 /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은 새누리당 시절 나 원내대표와 유 의원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영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 내 보수세력과 통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대상에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포함됐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에 안 전 대표가 합류한 형태다.

나 원내대표의 이런 ‘보수대통합’ 구상은 7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나 원내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유 의원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총선 승리에) 보수 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나. 조금 차이가 있다고, 또 얘는 요게, 쟤는 조게 맘에 안 든다고 내치면 안 된다. 전부 결집해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반대하는 우파의 가치들을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유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저는 늘 열린 자세로 우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와 개인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혀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공식 보도자료를 내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 “손학규가 나가서 정리되면” 발언 파장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한국당이 본격적으로 유 의원과 통합을 논의하게 될 시기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정리되는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가야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며 손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우선 끝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 대표는 추석 전까지 정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발끈한 이유도 이 같은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 원내대표나 한국당이 유 의원 또는 유승민계와 구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진행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다면 나 원내대표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나. 유 의원이 솔직해야 한다”고 했다.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가 안철수·유승민 두 분도 내년 총선에서 같이 하자며 바른미래당을 또다시 스토킹했다. 저는 나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신청을 낼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당 임재훈 사무총장은 “손 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며 “당이 정리가 되면 대대적인 혁신과 모든 것을 다 바꾸는 혁명적이고 창조적 파괴로 반드시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겠다는 것을 엄숙하게 표명한다. 나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씀 더 이상 하지 마시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기를 경고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안철수+새누리당’ 구상을 바라보는 당내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장제원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청량제’ 같았다”고 표현하면서 “반드시 함께 해야 할 통합의 대상으로 유 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다. 현실화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원내대표의 월권이고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하면서 “당내 의견이 전혀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개인 의견을 던지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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