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접견하고 자리로 가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접견하고 자리로 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인사차 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했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고발된 상황에서 윤 총장과 황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었다. 황 대표는 상견례 형식의 자리인만큼 예의를 차리면서도 뼈 있는 발언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했다.

윤 총장은 이날 황 대표보다 일찍 면담 장소에 도착했다. 검찰 선배인 황 대표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공식 색깔을 활용해 빨강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황 대표는 윤 총장이 온 지 2분 후 도착했다. 두 사람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착석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이라고 불릴 만큼 복잡하다.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이었을 때,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장이었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의 ‘배후’로 황 대표를 우회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후 공개적으로 오간 대화에서도 불편한 기류를 읽을 수 있었다.

황 대표는 의례적인 인사를 마친 후 검찰의 균형적 인사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검찰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균형인사가 필요한데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 너무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첫 인사이기 때문에 과정을 거쳐 가며 개선되겠지만, 한쪽으로 편향적인 인사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기 때문에 유념하셔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윤 총장 체제 출범 이후 검사 60여명이 ‘줄사표’를 낸 걸 두고 “최근에 일 열심히 하고 역량 있는 검사들이 많이 검찰을 떠나고 있다고 해서 안타깝다”고도 했다.

또 한국당이 고소·고발한 사안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대표는 “제가 당에 와서 보니까 (당이) 문제 제기를 해서 고소·고발한 사건들이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70여건 된다고 한다. 그중 아주 극히 일부인 4~5건 정도가 처리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과연 그렇다면 공정한 수사가 된 것이냐는 우려들이 적지 않다. 검찰총장에 취임하셨으니 면밀히 살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검찰을 잘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은 “(황 대표가) 지금은 공당의 대표이시지만, 검찰 대선배시다. 대표께서 검찰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은 지적을 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리고 지적해주신 말씀은 검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 끝나지 않은 패스트트랙 앙금

이날 윤 총장과 황 대표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최근 한국당과 검찰 사이에 흐르는 긴장 관계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윤 총장을 만나 “이제는 좀 여야 편향되지 않게 중립적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해 직접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스트트랙 사태 수사가 시작된 후 고발 당한 여야 의원은 총 109명이다. 이 중 한국당 소속이 59명으로 가장 많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포함됐다. 우선적으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 21명은 전부 불응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향해 “야당 겁박 수사”라고 반발하며 집단 불응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한국당 의원 6명에게 새로 소환을 통보하면서 불출석한 의원들에게도 다시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두 사람 간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수사 건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뭐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그건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독립권과 공정한 인사 등 전반적인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는 설명이다.

이어 나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패스트트랙 수사가 직접적인 화두로 오르지는 않았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윤 총장에게) 정치 분야의 지나친 사법화에 대해서 우려를 전달한 정도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많은 분들께서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저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그러지 않고, 중립성을 확실하게 지키고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검찰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며 “특히 야당 의원님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법 집행하는 데 있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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