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양대 계파(당권‧퇴진파)가 서로에 대해 '탈당'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는 이유로 '금전 문제'와 '총선' 문제가 꼽힌다. 사진은 손학규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바른미래당 양대 계파(당권‧퇴진파)가 서로에 대해 '탈당'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손학규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바른미래당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 양대 계파(당권‧퇴진파)는 손학규 대표 퇴진을 두고 연일 설전이다. 이들은 서로 탈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양대 계파 모두 먼저 탈당할 뜻은 없다. 왜일까.

당권파는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퇴진파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5일 “(퇴진파 일부인) 바른정당계가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손학규를 퇴진시킨 이후 개혁보수로 (바른미래당을) 잘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과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다. 제가 질질 끌려다니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끝까지 막을 것”이라며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라.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에 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퇴진파 측 주장을 ‘명분 없는 행동’으로 규정하며 탈당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퇴진파는 손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당권파 행보에 대해 비판했다. 지상욱 의원은 지난 8일 “국민들이 다 아시다시피 민주평화당과 합치고자 했던 분들,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과 손 대표”라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기치를 걸고 작년 1월 18일 안철수‧유승민 두 전 대표가 국민한테 약속하고 만든 당을 흔들지 말라. 그동안 집을 빌려드렸더니 이제는 마치 자기 집인 양 집주인을 쫓아내려는 태도는 버리고, 원래 계셨던 곳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란다”고 맞섰다.

◇ 당권‧퇴진파, 서로 탈당 압박

당권‧퇴진파가 서로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금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정당법 19조에 따르면, ‘합당으로 신설 또는 존속하는 정당은 합당 전 정당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비례대표나 당 자산까지 포함된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17년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이다. 당시 양당이 보유한 비례대표와 자산은 합당으로 신설된 바른미래당의 것이 됐다.

결국 두 계파 중 누가 먼저 탈당할 것인지에 따라 바른미래당의 권리‧의무를 승계할 쪽이 결정되는 셈이다. 여기에 내년 4‧15 총선에서 ‘당 간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탈당을 요구하는 의원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른미래당 소속 한 의원은 9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손 대표는 그냥 나가면 대접을 못 받는다.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할 때 쥐고 있어야 할 카드가 ‘바른미래당’이라는 틀과 그 안에 들어 있는 국고보조금, 비례대표 등이다. 이것 없이 손 대표가 나갈 경우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명분 없이 탈당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전 공동대표 등 일부 퇴진파 의원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평화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의 입당을 위해서는 당헌‧당규 개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쉽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어느 쪽이든 잘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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