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무기 사격을 참관한 것으로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무기 사격을 참관한 것으로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남한에 대해 조롱까지 섞인 거친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의 오랜 외교 노선인 통미봉남을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남한 정부가 나서달라는 북한식 메시지 발신법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이어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라며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고 청와대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에서 비난 대상을 청와대로 옮긴 대목이다.

특히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 사이에 열리는 거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걸 똑바로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그간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를 견인한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전통의 ‘통미봉남’ 전략으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외무성의 조급함이 드러난 담화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협상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정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북한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조급하게 해선 안 된다”며 실무협상과 고위급 회담 등 절차를 밟으려는 상황이다. 더구나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하노이 정상회담의 협상팀을 그대로 기용하고 있다. “셈법을 바꾸라”는 북한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12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리용호 외무상이 ARF회의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미국이 지금 전혀 셈법을 안 바꾸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몸이 달았다”며 “금년 중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야 하는 절박감에 외무성이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 당국자의 거친 표현도 이 같은 절박감의 표현을 북한식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가끔 절실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애들 문자로 약을 올린다”며 “매사 왜 미국에게 물어보고 하느냐. 마음에 안 든다. 우리 민족끼리 하기로 약속을 했으면 그 정신에 입각해서 해줄 것은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선언 이행을 적극적으로 해 달라는 얘기를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단계를 너무 복잡하게 하지 않고 바로 북미 정상 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미국을 좀 설득해 달라. 한미 동맹을 미워하면서도 한미 동맹을 좀 역이용해서 한국이 그렇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의미)”라며 “중간에서 누군가가 조정해 줘야 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란 걸 북한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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