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의 경제독립에 거듭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2일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결정 한 뒤 다섯 번째 공식 석상에서의 메시지다. 청와대는 일본이 외교적으로 명분을 얻기 어려운 조치를 한 지금이 부품소재 산업을 국가차원에서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더욱 분명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다.

◇ 열흘 간 ‘경제독립’ 공식 메시지만 다섯 번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은) 3.1독립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감정적 대응이나 적대적 민족주의 등 비이성적인 대응은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지지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자칫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장하고 실천했다”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탈일본화’를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수출규제로) 피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현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바 있다.

◇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확인할 기회

일본 측은 징용문제는 청구권 협상으로 끝났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미 NSC는 수시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그쪽 차원에서 미국 측에 확인을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청와대는 한일갈등 해법의 상수로 미국을 상정하고 중재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크다. 현재 미국은 한미일 공조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 전자에서는 한일 공조가 중요한 반면, 후자에서는 일본이 중심이 된다. 따라서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접근태도를 살펴보면 대 아시아 전략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카드를 꺼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제가 알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종속변수로 아시아에 대한 외교 정책을 운영하려는 것인지”라며 “그걸 알아야 우리 외교 국방 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김 2차장은 “만약 미국에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면 관여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아시아 외교 정책을 하려 한다면 (관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제가 중재를 요청하지 않고, 미국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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