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다. 한국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자주 펼쳤던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인상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아파트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닌 일화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는 프레드 트럼프로 철저한 장사꾼이자 구두쇠로 알려져 있다. 아파트를 돌며 월세를 받을 때는 어린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다녔다고 한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한국의 방위비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대단한 TV를 만들고 경제도 번성하고 있는데 왜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돈을 내야 하느냐.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이 협상한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10억 달러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 자신의 협상력과 성과를 부풀려 자화자찬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어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나서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종의 인상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발언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억양까지 흉내 낸 것으로 전해지는데, 동맹국 입장에서는 기분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려은 “(한미연합훈련을) 좋아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도 그렇게 말했다”고 적었다. 그에 앞서 7일에는 “3만2,000명의 미군이 한국 땅에 있다. 82년 동안 한국을 도왔지만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도 했다.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증액 압박에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로우키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합의한 협상 내용을 1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마냥 불리한 형국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협상 당시에도 증액 압박이 작지 않았지만, 실제 인상폭은 예상보다 크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간에 공조가 굉장히 탄탄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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