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준비를 마쳤던 현대차 노조가 재교섭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파업 찬반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현대차 노조
파업 준비를 마쳤던 현대차 노조가 재교섭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파업 찬반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현대차 노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름휴가를 마친 이후 파업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일관계 악화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도 어김없이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임금 부문 외에도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노동이사 1명 선임, 정년 연장, 그리고 납품단가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요구안’을 요구하며 사측과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지난 5월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어진 교섭에서 양측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70.5%의 찬성률로 이를 통과시켰고, 이달 초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도 내려졌다.

이처럼 현대차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자 업계에서는 여름휴가 이후 파업 돌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현대차 노조는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긴급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핵심 요구사항을 사측이 전향적으로 수용할 경우 임단협 조기 타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는 파업 결정이 아닌 임단협 교섭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 14일부터 교섭을 재개해 20일까지 성실하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오는 19일부터 공휴일 및 주말의 특근은 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한일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고, 국민적 여론이 예민한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할 경우 자칫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파업이란 악재까지 더해지면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긴급성명에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규탄하지만,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가 파업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전제로 파업을 유보했다. 만약 양측이 일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물론 향후 한일관계의 추이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름휴가 이후 자동차업계는 물론 조선업계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다른 노조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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