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DHC가 자회사 DHC TV 홈페이지에 최근 불거진 혐한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야마다 아키라 대표이사 명의로 된 공지문에서 DHC는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모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 공간을 만들어 지키겠다"고 밝혔다. / DHT TV 홈페이지 갈무리
14일 일본 DHC가 자회사 DHC TV 홈페이지에 최근 불거진 혐한 논란에 관해 '한국언론 DHC관 련 보도에 대해'란 제목으로 올린 공식 입장. 야마다 아키라 대표이사 명의로 된 공지문에서 DHC는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모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 공간을 만들어 지키겠다"고 밝혔다. / DHC TV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DHC코리아가 설립 17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 했다. 일본 본사에서 한국 국민을 자극하는 막말과 역사왜곡 발언이 연달아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본사를 대신해 내놓은 사과문도 일본 본사의 브레이크 없는 막무가내식 언행으로 효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모든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 역공 퍼부은 DHC

일본 DHC의 혐한 행보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웃 나라이자 해외 시장인 한국은 안중에 없다는 듯 하루가 멀다하고 망언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고 있다. ‘언론 자유’라는 그럴듯한 명분과 한국의 교육까지 들먹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며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혐한 방송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인 14일 일본 DHC 본사가 공식 입장이 내놨다. 이날 DHC는 파문의 근원지인 자회사 DHC TV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자신들을 향한 한국에서의 비판 여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야마다 아키라 대표 명의로 올라온 공지문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안하무인의 연속이었다.

야마다 아키라 대표를 위시한 DHC는 자신들의 방송과 혐한과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언론을 역공했다. DHC는 “프로그램 내 한일관계에 관한 언설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나 정당한 비평이며, 모두 자유로운 언론의 범위 내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 언론은) 프로그램 내용의 어디가 어떻게 ‘혐한적’인지, 어디가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셨으면 한다”고 맞받아 쳤다.

불매운동에 관해서는 불쾌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DHC는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를 중심으로 ‘#안녕 DHC’라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DHC와 DHC TV 프로그램 내용과는 직접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 상식을 넘어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언론봉살(言論封殺)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DHC TV는 모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의 공간을 만들어 지키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비방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 같은 날 DHC TV의 프로그램 ‘도라노몬뉴스’에 패널로 참연한 산케이 신문의 아비루 루이(阿比留瑠比) 논설위원은 “한국은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교육은 사실을 왜곡해, 전부 일본이 나쁜 일을 하고 있다고 가르친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 뉘우칠 기색 안 보이는 본사… DHC코리아 어쩌나

일본 DHC 본사의 망언이 또 나오게 되면서 DHC코리아의 속은 더 타들어가게 됐다. 앞서 지난 13일 자체적으로 사과문을 내놓으며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래려던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DHC가 영업적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한국 법인과 현지 소비자를 배려했다면 이와 같은 적반하장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DHC코리아와 DHC TV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DHC의 설득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DHC코리아는 현재 소비자와의 접점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 채널들이 DHC 제품을 보이콧하며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딥 클렌징 오일’ 등 DHC의 주요 판매처인 4대 드럭스토어는 DHC 제품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롯데쇼핑에서 운영하는 롯데닷컴과 신세계의 SSG닷컴 등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쿠팡 등 일부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DHC 제품이 판매 목록에서 사라졌다.

업계에선 DHC코리아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켠에선 일본의 무역보복에서 비롯된 ‘보이콧 재팬’ 캠페인에서 체감상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유니클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니클로는 자체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DHC는 수년전부터 홍대, 강남 등에서 운영하던 직영매장을 철수하고 드럭스토어와 온라인몰을 주요 판매처로 삼고 있다. 하루 빨리 본사 차원의 ‘속죄’가 나오지 않는다면 DHC코리아 철수설이 고개를 드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DHC코리아는 2013년부터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된 마지막 사업년도인 2012년 매출은 150억원. 업계에서는 DHC코리아의 연매출 규모를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DHC코리아가 철수하게 되면 일본 본사 입장에서도 주요 해외 시장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일본 DHC의 태세 전환이 시급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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