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에 임명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청와대 제공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에 임명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호승 전 차관의 청와대 경제수석 발탁으로 공석이 된 지 약 두 달만의 일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전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에서 기획재정부로 이동한 것은 꽤나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용범 1차관은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30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재정경제부 내 금융관련 직책을 맡았고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뒤에는 자리를 옮겨 금융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을 역임한 금융통 관료라고 할 수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축적된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복잡한 경제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우리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인사배경을 밝히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 안팎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금융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분야지만 조세와 예산, 그리고 대내외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는 맥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당초 기재부 산하에 있던 금융위원회가 별개의 기관으로 독립한 이유기도 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위직 이동 전례가 있긴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고위직에 부족한 호남인맥을 수혈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재부 1급 이상 고위직은 장관(부총리급)을 비롯해 1·2차관, 차관보, 예산실장, 세제실장, 기조실장, 국제경제관리관, 재정관리관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신임 김용범 1차관을 제외하면 호남출신 인사는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는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며 구윤철 2차장은 대구다. 기재부의 양대 핵심요직으로 꼽히는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을 맡고 있는 안일환(밀양)·김병규(진주) 실장은 모두 경남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이밖에 방기선 차관보와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은 서울이며, 문성유 기조실장 제주, 이승철 재정관리관은 부산으로 기록돼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기재부와의 충돌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재부 차기 고위직 인사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동연 부총리 시절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대립이 있었으며, 국가부채를 40% 대로 관리하겠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문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했던 일화도 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통해 사실여하를 떠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기재부의 간극이 확인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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