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항공업계에 겹악재가 드리우고 있다. 일본발 악재로 인해 대안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중국 하늘길마저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2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성수기인 3분기에도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7월 들어 본격화된 한일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항공업계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반일감정 고조 및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과 함께 일본을 찾는 국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초반만 해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각 항공사들은 앞다퉈 일본 노선 축소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깝고 수요가 많은데다 수익성까지 뛰어난 일본 노선을 적극 활용해왔던 만큼 여파는 상당했다. 소도시 노선을 적극 공략하는 등 일본 비중이 높았던 LCC업계의 타격이 특히 컸고, 성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도 악재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대안 마련이 시급한 때에 때마침 떠오른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 하늘길은 지난 5월 신규 운수권 배분이 이뤄지면서 한층 넓어진 바 있다. 특히 중국 노선에서 LCC업계 몫이 대폭 증가한 덕분에 일본 노선의 악재를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대다수 항공사들이 새롭게 확보한 중국 노선에 서둘러 취항하는 등 분주한 발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당국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0월 10일까지 신규 중국 노선 취항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항공사가 신청한 9개 노선의 신규 취항 신청을 반려했다. 항공편 증편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항공당국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국내 항공업계는 최악의 겹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온 일본 노선의 적합한 대안을 사실상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홍콩 역시 심상치 않은 내부정세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나마 차선책으로 떠오르는 것은 동남아노선이다.

다급해진 국내 LCC들은 오는 23일까지 국토교통부의 ‘아세안(ASEAN) 지역 LCC 신규노선 개설 지원 TF’에 신규 노선 개설 지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선 지난달 30일, 신남방 정책에 부응해 아세안 지역과의 항공연결성을 강화하고, LCC의 노선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 LCC 신규노선 개설 지원 TF’를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동남아 노선이 일본 노선을 100% 대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애초에 거리와 고객층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짧게는 1박2일 여행이나 심지어 당일치기도 가능한 곳이고, 젊은 세대의 수요가 많았던 곳”이라며 “반면 동남아는 2박3일 일정도 부담스럽고, 가족 단위 휴양객 비중이 비교적 높다”고 말했다. 주말이나 짧은 휴가 등을 활용해 부담 없이 일본 여행에 나섰던 수요를 동남아가 끌어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요 뿐 아니라 항공사 입장에서도 일본 노선과 동남아 노선은 수익성 및 운용 특성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된 가운데, 국제정세도 부정적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미중갈등이 악화되면서 환율·유가 등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미 이 같은 외부적 요인의 여파로 2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비수기적 요인과 환율·유가 등의 여파로 국내 항공사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3분기에는 이러한 악재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발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는 주식시장에서도 포착된다. 2분기 적자 발표와 중국 항공당국의 신규 노선 불허 방침 등이 전해진 16일,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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